돈 맛을 제대로 본 아이

by 흥미진진한 독자


중학교 1학년 교실의 사건사고 이야기입니다.


우리 반 아이가 동전을 삼켰다. 학급 친구들이 헐레벌떡 달려와 말해준다.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의 첫 반응은 '왜?'였다. 다들 더럽다고 생각하는 동전을 왜 입에 넣었으며, 그것을 또 왜 삼켰는지. 왜? 왜? 왜의 연속이었다. 반으로 달려가 그 녀석을 찾으니 해맑게 웃고 있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심지어 500원짜리가 아닌 100원을 삼켜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환장한다.


아이는 혀로 100원과 500원을 구분해 보겠다는 거창한 실험에 자신의 육신을 받쳤다.(눈으로 봐도 구분되는 동전을 왜 굳이?) 혀의 감각을 이용한 실험 도중, 앞에 있던 친구가 너무 웃기는 바람에 웃다가 동전을 삼켰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도 믿기지 않는 황당한 상항이다.


유아기 중 구강기(신생아~ 생후 18개월경)에는 뭐든 입으로 가져가서 빨아보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너는 14살(중1)인데 왜 구강기 신생아처럼 입을 통해 사물을 파악하려고 하는 거니? 도대체 왜!


어머니께 전화드리니 어머니도 황당해하신다. 평소에 궁금한 것도 많고 질문도 많은 호기심 강한 아이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동전을 삼킬 줄은 몰랐다고 하신다. 어머니와 함께 놀란 마음을 서로 위로하는 통화를 하였다.


동전을 삼킨 아이는 이제 화장실을 갈 때마다 대변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찾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게 되었다. 전교에 소문이 나서 동전 먹은 친구가 누구인지 궁금한 다른 반 아이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처음에는 소문의 중심에 선 것을 싫어했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도 가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다 본 상황인데 소문이 안 날 수 있겠는가? 자업자득인 것이다.


다음 날 동전 먹은 녀석은 중학생 중에 동전을 삼킨 학생이 자기 말고 2명 더 있다고 한다. 어디서 찾아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혼자만 이런 괴짜 행동을 한 것이 아님에 안도(?)하는 것 같다.


그래, 우리 반 학생들과 선생님은 대한민국 중딩 중 단 3명 있다는 동전 삼킨 청소년을 실제로 보는 영광을 누리게 해 주어서 정말 고맙구나. 고마워!


반 친구들도 처음에는 놀리듯 똥의 안부를 물었지만, 동전이 계속 나오지 않자 점점 심각해지며 진지한 똥 안부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우리 반 모닝 인사는 '동전 나왔어?'였다.


뱃속으로 들어간 동전은 3박 4일이 지나도 대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갔고 몸속을 들여다본 결과 동전은 이미 배출된 상태였다.


동전이 무사히 배출되어 뱃속에 동전이 없다는 사실을 의사 선생님께 공인받고 기뻤는지 동전 삼킨 녀석은 본인 몸값이 100원어치 떨어졌다는 획기적인 농담으로 아이들에게 소식을 알린다.


인류의 과학 문명 발전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연구한 과학자들이 많이 있다. 질병 연구를 위해 본인 몸에 직접 균을 주입한 과학자도 여럿 있다. 과학을 좋아하는 이 아이의 성향으로 보았을 때, 몸을 아끼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염려된다. 엉뚱한 생각을 하는 괴짜 과학자들이 세상을 놀라게 할 이론이나 사물을 발명해 내는 법이다. 이 아이는 떡잎부터 다른 크게 될 녀석이다.




OO아 돈 맛보니 어떻더냐?

평소 친구들이 너의 동글동글한 외모 때문에 돼지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돼지저금통'이 되었다는 말을 어머님 통해 들었단다. 하필 동전을 삼켜 별명이 더 길어졌구나.


실험을 꼭 몸으로 해야만 하는 건 아니란다. 사고실험이라고 들어봤지? 실제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머릿속 생각만으로 문제의 해답도 찾는 실험 방법이 있단다. 너의 육체 건강과 어머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앞으로는 육체 실험 말고 사고 실험을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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