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흥미진진한 독자 Dec 12. 2023

자린고비 남편의 물건 구매 개똥철학 1+1

남편의 1+1 사랑은 유별나다.

장을 볼 때, 할인하지 않는 물건은 눈길도 주지 않으며 1+1 정도는 해야 남편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일부러 남편이 없을 때 장을 보러 가기도 한다. 함께 갔다가는 필요한 물건일지라도 할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매하지 못하고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남편은 언젠가는 세일할 테니 기다리면 된다는 마인드의 소유자다.


남편의 머릿속에는 자주 행사하는 물건 목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상품이 세일을 자주 하는 물품인지 아닌지 정도는 경험으로 안다. 그리고 최저 가격대가 어느 수준인지 본인만의 선(線)이 있는데, 문제는 오른 물가가 반영되지 않은 데이터라는 것이다. 삼겹살을 100g에 2천 원대로 사 오면 비싸다고 눈치 준다. 냉장 삼겹살 2천 원대 미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요즘 우리 집 장바구니에는 캐나다산 돼지고기와 해외에서 재배된 잡곡들이 담기기 시작했다.


옛날 가격대 생각하면서 못 사 먹고 있는 고기가 있다. 바로 오리고기다. 몇 년 천만 해도 훈제 오리구이가 행사도 많이 하고 싸게 팔았는데, 이제는 세일도 안 하고 가격이 비싸졌다는 이유로 먹지 못한 지 3년이 넘은 거 같다. 입맛 없는 아침에 훈제 오리 한판이면 아이들이 머슴처럼 밥을 먹고 가는데 할인을 안 한다는 이유로 먹지 못해 아쉽다.


대형마트는 폐장 직전에 가면 고기류나 생선류는 조금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그래서 이사 오기 전에 살던 곳은 대형마트가 근처에 있어 퇴근 후 쇼핑 타임이 정해져 있기도 했다. 너무 늦게 가면 물건이 없고 너무 일찍 가면 세일하지 않는다. 적정한 시간에 가야 득템 할 수 있다.


이제는 아들도 아빠와 함께 마트에 가면 눈치껏 1+1이 아니면 집어 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본인이 사고 싶은 간식이 1+1이면 화색이 돌며 바로 집어오는데, 단 10퍼센트도 할인하지 않으면 울상이 된다. 왜냐면 아빠가 사줄 가능성이 0%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 지출 경향은 취향과 기호보다 1+1 인지의 여부가 더 중요한 집이다.


집에 과자 봉지가 보이면 1+1으로 샀는지 꼭 물어오는 자린고비 남편이다. 1+1으로 샀다고 말했지만, 아닌 경우도 종종 있다. 모든 가족의 정신적 건강과 평안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 위로해 본다.


1+1으로 일관되게 살아온 삶의 패턴 덕분인지 아이도 1+1으로 쌍둥이를 낳았다. 아이조차도 1+1으로 득템 하는 자린고비 남편의 삶은 한결같아서 웃기기도 하고, 같이 사느라 피곤하기도 하다.


버는 것보다 적게 쓰는 법을 안다면
현자의 돌을 가진 것과 같다.
 <벤저민 프랭클린>



프랭클린의 말에 따르면 우리 남편은 절약과 절제라는 현자의 돌을 소유한 훌륭한 남편이다. 현자의 돌을 가진 남편이라 그런지 본인 스스로 돌부처가 되어가고 있다. 물가 변동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감각이 둔한 경제 돌부처 자린고비 남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린고비 남편의 사은품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