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카톡보다 인스타를 통해 더 활발하게 대화하는 거 같다. 큰 녀석이 인스타 계정을 만들겠다며 엄마 아이디로 계정을 하나 더 팠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계정이 두 개 생겼다.
엄마와 함께 사용하는 인스타 계정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 없는 SNS 공간이 되었다. 아이들의 대화 내용을 엄마가 고스란히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기 위해 읽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딱 한 번, 정말 딱 한 번 봤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딱히 보고 싶지는 않았다. 청소년 아이들의 대화 수준이 어떨지는 눈에 안 봐도 비디오고, 괜히 대화 내용을 봤다가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창 때문에 궁금해서 대화 내용을 구경하게 되었다.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친구 몇 명의 성격과 더불어 큰 둥이의 공부 습관을 볼 수 있었다. 대화 내용의 많은 부분이 과제 정답을 요구하고, 학습지를 찍어 올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본인이 스스로 챙기며 공부하는 모습이 아니라 친구에게 의지해 학습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잔소리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蓬生麻中 不扶自直 (봉생마중 불부자직)'이라는 말이 있다. 쑥이 삼나무밭에서 자라면 저절로 곧게 큰다는 의미로 좋은 친구와 사귀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아들이 삼나무이기를 바랐는데 알고 보니 쑥이었다. 역시 엄마의 기대를 높이지 않는 아들의 모습을 인터넷상에서도 확인했다.
엄마 핸드폰을 짬짬이 빌려 SNS까지 진출한 아들. 자식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인스타를 보면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친구들과 가감 없이 의사소통하는 공간이다 보니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풀어놓는 편안한 감정 전시 공간이 되었다. 방학이 싫고 학교 가는 게 좋다고 하더니 올려놓은 사진을 보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었나 보다.
친구들의 댓글을 통해서는 담임선생님께서 큰 둥이를 보고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은 '쟤, 왜 저래?'라는 멘트라는 것도 알았다. (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 아들이지만 저도 쟤가 왜 저러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
물론 엄마도 불편한 점이 있다. 아들 친구들에게 엄마의 인스타 계정도 함께 노출되어 친구들이 엄마 이름까지 다 알고 있다. 앞으로 인스타는 지극히 교육적인 것만 올릴 예정이다.
서로 불편하지만 동고동락하며 소셜미디어를 탯줄 삼아 엄마와 아들이 잘 연결되어 있다. 아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동거지만 불행한 동거는 아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