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마치고 집에 온 아들이 화가 나서 씩씩거린다. 이유는 누군가가 자전거를 훔쳐 갔기 때문이다. 학교가 애매하게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버스는 배차간격도 길고 돌아가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한다. 발이 되어준 자전거를 누가 훔쳐 가면서 헬멧만 땅바닥에 덩그러니 내팽개쳐진 채로 있었다고 한다. 자전거가 없으면 이제 두 발로 걸어 다녀야 하니 아들 입장에서는 더 화가 난 상황이다. 안장도 덜렁거리는 오래된 자전거라 방심하고 자물쇠를 채워놓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들이 잠시 엄마폰을 가져간다. 혹시나 해서 당신 근처의 생활 커뮤니티를 내세우는 앱에 들어가서 자전거를 찾아본다. 요즘 학생들이 훔친 물건을 팔기 위해 많이 이용하기도 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자전거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 올라와 있어서 여러 장 사진을 살펴봤더니 역시나 우리 자전거였다. 소름이 쫙 돋았다. 예전에 살았던 아파트에서 발급한 스티커까지 그대로 붙어있었다.
심지어 7년도 넘게 탄 자전거를 3개월 정도 사용했다는 새빨간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해 놓았다. 이 도둑 꼭 잡고 싶다. 우리도 천연덕스럽게 채팅으로 연락해 물건 거래를 시도했다.
친절하게도 가드린다고 말한다. 옳거니 이 도둑놈! 제 발로 찾아오는구나. '저희가'라는 어휘를 선택한 거로 보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이들은 걱정하며 무장을 하고 나가겠다고 설레발이다. 자신들도 키와 등치가 기죽지 않을 만큼 된다면서 약속 장소에 함께 가겠다고 한다.
마침 남편이 퇴근했고 아이들이 조잘조잘 사건을 이야기한다. 남편은 아내와 아이들 얼굴이 불량한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게 싫어 혼자 자전거 도둑을 만나러 가겠다고 한다. 112에 신고하고 경찰관과 함께 약속 장소로 가기로 했다. 경찰 아저씨도 경찰차를 보면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니 다른 곳에 경찰차를 주차하고 걸어오시겠다고 한다. 오래된 자전거 한 대 때문에 많이 사람들이 공조하는 모습이 노동력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둑은 잡고 싶었다.
엄마도 아들도 그 만남의 현장이 너무 궁금해서 엿보고 싶었으나 남편의 단호함에 집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 남편이 귀가했다. 고2 학생 2명이 자전거를 함께 훔쳤으며, 두 녀석은 오늘 피시방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다고 한다. 자전거는 가져오고 두 아이는 경찰서로 인계되었다. 나중에 경찰관으로부터 전해 들은 말로는 학교 이름은 거짓 정보였으며, 한 명은 여러 건의 사고 경력이 있는 학생이었고 다른 녀석은 초범이었다고 한다. 초범인 아이는 남의 물건을 훔치면 대한민국에서는 바로 발각된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한 번의 일탈로 끝났으면 좋겠다. 여러 건의 절도가 있는 아이는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래된 자전거를 그냥 버린 셈 쳤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사건을 통해 우리 집 아이는 잠금장치의 중요성을, 엄마는 남편의 쓸모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도둑질하다 잡힌 녀석들도 '훔치면 잡힌다'는 교훈을 얻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