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인 아들을 왜 고발하냐고요?
만물박사여서 모든 지식을 척척 대답해 주는 '척척박사'가 아닙니다. 공부 안 하면서 하는 '척', 핸드폰 없어서 안 하는 '척'을 잘해서 집에서 별명이 '척척박사'입니다.
'척척박사'라는 말은 아들과 엄마만 알고 있는 수신호 같은 겁니다. 아빠는 모르는 별명이죠. 엄마의 분노는 폭죽인데 아빠의 분노는 원자폭탄급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빠의 눈을 피해 본인들의 욕구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는 척'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볼 때는 문제집을 펴 놓고 있다가 안 볼 때는 만화책을 읽고 있지요. 몰래 읽는 만화책은 엄청난 쾌감을 줍니다(만화책도 책이긴 하지요). 엄마에게 들키면 윙크를 날립니다. 하지만 아빠가 가까이 오는 기척이 느껴지면 바로 책을 숨깁니다.
엄마 핸드폰도 가끔 이용합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안 하고 살 수 없으니, 엄마가 설거지하거나 책을 읽을 때면 아빠 눈을 피해 엄마의 핸드폰을 가져갑니다. 마치 아닌 척 옷속에 핸드폰을 몰래 넣어서 방으로 가져갑니다. 007 첩보 작전을 보는 것 같지요. "척척박사 아들~ "이라고 부르면 다시 핸드폰을 옷 안에 넣어 몰래 다시 가져다줍니다.
눈치 보며 살기 참 힘들겠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들은 아빠 잔소리 듣기 싫고, 하고 싶은 건 해야겠고, 나름 적절한 타협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엄마는 알면서 모르는 '척', 봐도 못 본 척하는 '척척박사' 엄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엄마의 희생으로 오늘도 동상이몽중인 우리 집은 평화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