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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Aug 23. 2023

'황금 채굴권' 팝니다

자본주의에 기막히게 적응한 아이들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더러운 이야기입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께서는 조심히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집에는 황금을 채굴할 수 있는 권리를 구매해야 활동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귀지 파기다.


어릴 적 아이들 귀지 청소는 당연히 엄마의 몫이었다. 눈에 보이는 귀지를 깨끗하게 청소했을 때의 쾌감 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아이들 입장에서 약간의 불편한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황금 채굴권'이라는 명목으로 귀지를 청소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귀지 청소해 주는 엄마가 통쾌해하는 감정을 읽어낸 아이들은 그 감정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색깔도 황금(?)을 닳았다고 '황금 채굴권'이라고 명명한 부분은 엄마의 욕망을 건드리는 단어였다. 타인의 욕망을 상품화해 현금 장사를 하는 요 녀석들 정말 고약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 잘 살아갈 인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굴가격은 황금량에 따라 적으면 500원, 많으면 1,000원을 책정.  눈뜨고 코 베이는 느낌이었지만, 귀지 파는 걸 싫어하는 아이들과 깨끗하게 청소해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현금이라는 물질의 사다리를 통해 서로 협상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의 황금 장사에 엄마가 반격하기도 했다. 채굴 실적이 저조할 때는 현금 지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운동장을 많이 뛰어다니면 먼지가 귀에 들어가기 때문에 귀지가 많이 생긴다며 둘이 속딱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귀지가 세균 침입을 막아준다며 어느 정도 간직하고 싶다고 채굴을 거부하는 일이 많아졌다. 눈앞에 보이는 귀지를 제거하고 싶어 안달 난 엄마를 가볍게 무시하며 황금을 키워나가고 있다. 아들아 귀지가 고막을 막으면 이비인후과 가야 한단다. 과유불급이니 적당할 때 얼른 채굴권을 팔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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