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중 어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이 있다.
바로 월급날! 이날 하루를 위해 한 달간 인내심을 가지고 참으며 출근한다. 월급이 들어오는 날만큼은 아침 출근이 괴롭지만은 않다. 월급은 한 달 두 달을 버티게 해 주고, 보너스는 일 년 이년을 버티게 해 준다. 매달 돌아오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 달 중 아이들은 어떤 날을 가장 좋아할까? 나는 당연히 용돈 받는 날이거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같이 선물 받는 날일 거라 짐작했는데 아니었다. 오늘 그 답을 아들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엄마, 애들이 오늘을 눈 빠지게 기다리더라고."
"오늘, 무슨 날이야? 학교에서 재미있는 행사 해?"
"아니, 행사 그런 거 아니고 오늘 1일이라서 휴대전화 데이터 들어오는 날이잖아. 애들이 데이터 다 쓰고 나면 매월 1일이 오기를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
"나는 데이터를 쓸 수 있는 휴대전화가 없으니 데이터 노예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아들이 '노예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살짝 감동이었다. '노예라도 되고 싶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에 철이 든 건가 싶기도 하다.
핸드폰이 있어도 요금제 가입에 따라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용량이 다르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서 비싼 요금제를 쓰면 부러움을 사는가 보다. 핸드폰이 최신기종인지, 비싼 요금제를 쓰는지 그렇게 서로의 처지를 비교하며 스트레스받고 있었다. 비교할 대상 자체를 소유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은 그런 면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유하지 않아 누릴 수 있는 일종의 자유 같은 것이다.
어른들은 돈의 노예로
아이들은 데이터의 노예로
그렇게 종속된 삶을 살아가는데
평화롭게 유유자적하는 존재로 있다는 것!
그 특별함을 아이들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