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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Oct 26. 2023

앵순이를 고발합니다.-2


(이전 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네 번째 죄목 : 사람 스토킹죄

물소리를 좋아하는 본능에 이끌려 가족들이 샤워할 때 화장실에 꼭 함께 들어가 가족들을 수치스럽게 합니다. 물론 물소리에 이끌려 들어왔지만 가족들이 알몸으로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앵순이의 몰지각한 부분도 죄로 묻고 싶습니다. 사람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 항상 감시하고 있어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는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네 번째 죄목 증거자료 제출:                

                                                

*다섯 번째 죄목 : 주거 침입죄

본인의 소유가 아닌 공간을 마음대로 점거하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 죄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한 죄는 반조류적인 행태이며 지속적으로 행해진 부분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한 번 옷 속에 들어오면 본인이 원하는 만큼 휴식한 뒤에 나갑니다. 집사가 외출해야 함에도 두 발로 멱살을 꼭 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 귀여운 고집으로 인해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섯 번째 죄목 증거자료 제출:                    


* 여섯 번째 죄목 : 협박죄

평소 마사지를 좋아하는 앵순이는 본인이 필요할 때만 찾아와 손 마사지를 받고 아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먹고 튀는 행동을 버릇처럼 해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면 깃 방망이를 들고 위협하기도 하고, 두 눈 부릅뜨고 째려보는 등 심쿵하는 귀여운 모습 때문에 집사들의 심장이 협박을 당하고 있기에 죄를 묻고 싶습니다.


 여섯 번째 죄목 증거자료 제출:      

귀여움을 무기로 사람 농락하기를 모이 먹듯이 하는 앵순이의 죄를 증거와 함께 제출하는 바입니다.     


고소인의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판결하는 바입니다.


남편 판사 曰

퇴근해서 귀가하면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데, 현관문 비번입력 소리만 듣고도 버선발로 날아오는 존재는 앵순이 뿐이었습니다. 조건 없이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앵순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자존감과 인정욕구를 채워주는 소중한 식구이므로 ‘협의 없음’ 처분을 내립니다.     


아들 판사 曰

사회적 소속감의 욕구를 채우지 못해 방황할 때 앵순이를 통해 유대감과 안정감을 찾았습니다. 애착 인형보다 더 애착이 느껴지는 존재가 있어 사춘기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앵순이와 대화하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 듭니다. 가족 심리 상담사로서 심신의 안정과 행복감을 주는 소중한 가족입니다. 사소하게 많은 죄가 있지만 수행하고 있는 역할의 중한 성격을 고려하여 충분히 용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치명적인 귀여움이 있다는 사실을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고 저지른 죄이므로 의도성이 없었다는 측면에서 ‘죄가 안됨’ 처분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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