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좋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은 상대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안다. 단순히 듣기 좋은 말을 하기보다는 온 마음으로 진정 어린 표현을 전할 줄 아는 사람. 그들에게서 따뜻한 진심과 조심스러운 배려가 눈에 보인다. 때로는 각지고 직설적인 말이 필요하더라도 몽글몽글 덩이진 말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한 번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절대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가슴속 응어리가 사라진다. 글도 마찬가지다. 단어와 문장이 주는 힘을 알고 어떤 글을 담을지 생각해서 쓰는 사람. 그의 글에서도 심성이 느껴진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은 선(善)으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를 믿는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진상 손님이나 갑질 사장, 핑거 프린세스 또는 얌체와 같이 흔히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에 날을 세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은 말로 이야기할 수 있음에도 서리한 칼날로 적이 아닌 아군의 목을 베듯 말로 상처를 입힌다. 그것도 일부러 말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다 잘되라고 하는 소리”라는 면책조항이 늘 따라다닌다. 도리어 상대방이 본인의 마음을 몰라준다며 하소연한다. 말로 받은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마음에 멍울이 지고 덧날 뿐이다. 말에 날이 선 사람은 서슬의 검이 되어 관계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지만, 정작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버린 자신을 망각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누군가의 세상을 구한다. 특히 부부관계에서 그렇다. 퇴근하고 터덕터덕 집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고생했어.”라는 말 한마디. 정성스레 밥상을 차리는 아내를 향해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 냉기가 도는 집에 온기를 불어넣는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 그리고 서로의 품에 안기며 “사랑해.”라고 귓가에 속삭이는 달콤한 말 한마디. 부부관계는 미사여구로 분칠되지 않은 담백한 말 한마디로 정립된다. 말이 주는 힘은 분명히 있다.
약 90% 쓸데없는 이유로 발생하는 부부싸움에서도 말이 주는 힘이 있다. 우리 부부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다. 감정적으로 격한 상태에서 말이 여과 없이 나올 수 있어 각자의 공간으로 들어가 화를 가라앉힌다. 남편은 거실에서 기분을 전환하고, 아내는 침실에서 상념에 잠긴다. 어느 정도 서로의 감정이 누그러지면 대화를 시작한다. 이때 절대로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모노톤으로 생각을 공유하되 말로 비수를 던지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끝내 차분한 어조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오해를 푼다.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그래야 화해하기가 쉬워지고 관계도 빠르게 회복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은 어쩌면 이러한 상황이 쌓이고 쌓여 나오게 된 것이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말 한마디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잿빛으로 덮인 세상 속에서 둘도 없는 사이가 하얗게 빛난다. 그러니 서로에게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되어 ‘관계’라는 빛을 잃지 말아야 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역시나 선조들은 지혜롭다. 옛말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