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10-2
하지만 이 날은 평소보다 천천히 달렸기 때문에 체력적인 여유가 있었다.
'더 뛰어도 되겠는데? 한 바퀴 더 달려볼까?' 그렇게 달리기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평상시보다 더 먼 거리를 달리니 속도가 조금 더 처지는 기분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속도를 잊어버리고 뛰자고 생각하며 그냥 달렸다. 한 바퀴를 더 달리다 보니 아까 첫 바퀴 때 반대쪽으로 달려오며 마주쳤던 러너를 또 마주쳤다.
'와! 저분은 대체 아침에 얼마나 뛰는 거야? 나랑 마주친 게 3번째인데.'
나만 열심히 달리는 것이 아니며, 다들 나처럼 호수공원 한 바퀴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역시 나는 런린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8km 정도를 달렸을까, 슬슬 몸에 부하가 걸린다. 평상시는 근육통이 없었던 양 엉덩이 바깥쪽, 중군근이 아파왔다. 엉덩이 근육까지 아파오며 체력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목표한 10km에서 2km 정도만 남았는데, 여기서 멈추기가 아까웠다.
꾸준하게 달리다 보면 몸 시계가 거리나 시간에 대한 감각을 체득한다. 몸 시계로 가늠해 보니 이 정도 속도로 2km는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호수공원 1바퀴가 4.71km니 두 바퀴면 9.42km를 달리고 600m를 더 달려야 했다. 늘 그렇지만 목표했던 거리의 마지막 500m가 가장 지루하고 힘든 구간이다. 그래도 10km 달리기 완주가 눈앞에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꾸역 꾸역 달렸다. 그렇게 600m를 달리자 스마트워치에서 10km를 채우는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속도를 줄였다.
10km를 완주했을 때, 믿기지 않았다. 그날 총 11.4km를 1시간 16분에 달렸다. 그중 10km 구간 속도는 9.2km/h~10.1km/h였다.
'내가 10km를 쉬지 않고 달렸다니! 나의 버킷리스트가 이렇게 달성되다니!'
뿌듯함이 밀려오며 나 스스로가 대견했다.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내가 해낼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었던 10km 달리기.
이날 내 마음을 옥죄던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의 굴레가 10km 진동 알람과 동시에 툭하고 끊어졌다. 다른 버킷리스트와 달랐다. 10km 달리기는 수개월동안 꾸준히 연습하고 달리면서도 나 자신과 싸우고 얼래고 달래서 이뤄낸 성과였다.
그 후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변했다. '나는 못해'가 아니라 '꾸준히 하다 보면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당장의 성과나 결과가 없더라도 한발 한발 쉬지않고 내 페이스로 나가다가 보면, 체력이 길러지고, 거리가 늘어나듯, 경험과 체력이 쌓이고 쌓여 좋은 결과가 따라오리라 믿는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23년에는 10km 달리기보다는 7km~8km를 달리며 좀 더 오래 달리는 체력을 길러왔다. 사실, 10km를 꾸준히 달리기엔 괜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24년 올해는 주 1회는 10km 달리기를 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라톤 완주라는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해 나는 또 달린다.
일산호수공원들 달리고 나면 내가 달린 경로가 기록된다.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면서 다양한 루트로 달리면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했다. 그래서 첫 1바퀴는 자전거 도로로, 2바퀴째는 메타세쿼이아길로 달렸더니, 경로가 가 다르게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