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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Sep 10. 2021

[암격리적비밀] 번외는 못 봤지만 남겨보는 완결 리뷰

중드 리뷰

사실 아직 번외는 못 봤어요. 그리고 저우스위에, 딩시엔 이 두 글자만 써놔도 리뷰를 다 쓴 느낌이 들기에 완결 리뷰를 미루려 했으나, 그래도 남겨봅니다.


딩시엔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저우스위에의 존재가 너무 커서 그렇지, 사실 이 드라마의 화자는 딩시엔입니다. 드라마의 시작을 여는 것도 딩시엔이고 드라마를 닫는 것도 딩시엔이죠. 그리고 초반의 그 낯선 곳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불안, 압박, 소외감 등을 딩시엔이 너무 잘 잡아내요. 그래서 초반부터 이 드라마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딩시엔의 캐릭터성은 거의 초반부터 끝까지 쭉 연결돼요.


사실 우리가 저우스위에의 눈빛, 표정, 자세, 추임새 등에 홀린 나머지 종종 잊곤 하는데, 이 드라마에서 여주의 역할이 굉장히 크고, 그걸 서몽결 배우가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해요. 정말 뚱한데 귀엽고, 묵묵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건 이뤄내는 여주죠. 근데 그 방향성이 옳았냐 하면 그건 좀 생각해볼 문제긴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드라마 상에서도 그 부분을 비중있게 다루죠. 넓게 보면 딩시엔의 진로이자 꿈으로, 좁게 보면 저우스위에와의 갈등으로 다뤄집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어찌 보면 고구마일 수도 있는데, 꽤 설득력 있고, 사실 그닥 고구마로 느껴지지도 않아요. 그저 저 상황 때문에 눈물 맺힌 저우스위에가 안타깝죠. 저 구간에서 저우스위에 눈물을 얼마나 봤는지 세지도 못하겠어요.


여튼 두 사람의 고교시절로 돌아가자면 어느새 너무 소중해져버린 나의 짝꿍 서사인데, 이것이 이렇게 설렐 일인가 싶죠. 여주한테 돌진하는 공을 남주가 턱하고 막아주는 저런 상황, 비슷한 장면들로 우리 이미 다른 학원물에서 봤잖아요. 물건 줍다가 손 스치고 움찔하는 저런 장면도 어디서 본 것 같잖아요. 나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런 예시로 들 수 있는 상황이 숱하게 많은데도 암격리적비밀에서 보면 넘나 새로운 것;;


왜 그럴까 암만 생각해봐도 그냥 이 드라마에 마법을 뿌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연출, 대본, 연기가 시너지를 이뤄서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설명해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에요. 무엇보다 진철원 배우의 보물같은 연기가 한몫 톡톡히 했다고 단언할 수는 있지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학원물의 특장점 중의 하나는 시청자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건데, 그래서 학원물을 보다보면 저 인물들과 같이 자라온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이게 대학시절, 성인시절까지 이어지면 그냥 저 인물들과 같이 살아온 느낌까지 들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이 가장 강렬하게 들었던 학원물은 ‘홀이금하’였는데, 당시 남겼던 리뷰의 댓글 중에 무슨 청춘물계의 대하드라마를 본 느낌이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격하게 공감했었습니다.


암격리적비밀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대학 졸업쯤으로 마무리가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근데 둘의 결혼식이 있다는 번외를 안 보더라도, 본편의 마지막까지 보면 그냥 다 이루었다, 더할 나위 없었다, 이런 충만감이 듭니다.


여튼 다시 고구마 구간으로 돌아가자면, 이 부분은 이전 리뷰들에 자세히 썼기에 좀 넘어갈게요.

[암격리적비밀] 너의 세계로 가는 법 https://brunch.co.kr/@kiwoojiwoo/40

[암격리적비밀] 나를 사랑하며 너를 사랑하는 법 https://brunch.co.kr/@kiwoojiwoo/42


저런 과정을 거쳐서 두 사람은 자신을 지키며 서로를 지키게 됩니다. 저때 스위에가 정말 바른말 고운말 써가며 온갖 고백을 날리는데, 너 스위에 맞니? 싶더라구요. 딩시엔도 아주 잠시 뻣뻣하게 굴다가 홀라당 넘어가죠. 딩시엔이 너 선넘지 마라,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러는데 어찌나 귀엽던지ㅋ


딩시엔의 저작권 문제로 스위에가 돈을 마련하는데, 결국 딩시엔의 힘으로 그 문제를 해결합니다. 스위에가 딩시엔 때문에 유학을 포기하려 할 때도 딩시엔이 스위에의 장래를 위해서 보내주죠. 정말 나를 위해, 그리고 너를 위해서 사랑하는 법을 알아가는 두 사람이 너무 예뻤어요.


그리고 고구마 구간부터 수보총 선배가 마음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사실 보총선배가 서브남이긴 한데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진 않았어요. 워낙 딩시엔과 저우스위에 사이가 견고해 보이기도 하고 (둘이 삽질하는 그 순간에도 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던 1인입니다), 워낙 보총선배가 매너남 같잖아요? 사회인이 된 보총선배가 라이벌 구도로 등장하는데, 그래도 그닥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워낙 스위에에 대한 딩시엔의 마음이 너 나 좋아하잖아, 니가 어떻든 난 널 좋아할거야, 이런 느낌이고, 스위에도 말만 그렇게 하지 눈빛으로는 애정 뚝뚝, 후회 철철, 눈물 한 방울, 눈물 줄줄 이런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저우스위에가 딩시엔한테 직진만 하면 보총 선배한테는 기회도 없겠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이상하게 다른 지점에서 보총 선배가 눈에 밟힙니다.


어느새 사회의 이치에 따라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 굳이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더라도 그냥 알던 고향 후배한테 저런 모습을 보이더라도 부끄럽고 자괴감이 들 것 같았어요. 근데 하물며 보총은 이전부터 좋아하던 딩시엔에게 저런 모습을 보였으니 왠지 모르게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보총은 사회에 찌들기 전에 자신이 먼저 박차고 나오긴 하지만요. 그래서 마지막회에서 보총선배가 복도에 혼자 서서 씩 웃는데, 왠지 모르게 제 마음에 집을 짓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회에서 저우스위에의 비밀이 밝혀지죠. 스위에가 문과에 가려고 했던 건 짐작이 됐었기에 그랬구나 했어요. 근데 생물책을 꺼내서 ‘널 좋아해. 바보야’ 이리 쓰고는 딩시엔에게 책을 밀어서 보여줘요. 근데 딩시엔이 ‘알아, 나 계속 알고 있었어’라고 답합니다. 스위에의 동공지진, 돌아가는 카메라, 학창시절 딩시엔과 저우스위에, 현재의 딩시엔과 저우스위에가 교차됩니다. 헐.


그리고 과거 회상이 나오죠. 오랜만에 고교 시절 스위에 보니깐 어찌나 반갑던지요. 영감같은 표정으로 모른 척 책 슥 밀고, 딩시엔 한번 쳐다보고는 슬 웃고, 고개 까닥하면서 반대편으로 고개 돌리고, 이리저리 눈동자 굴리면서 쑥스&뿌듯하게 웃는 게 너무 스위에답죠. 학창시절 스위에가 바보야, 라고 하면 딩시엔이 진지하게 나 바보 아니야, 했던 게 저걸 봐서 그랬나 봐요. 어마낫! 그리고 대학시절 스위에가 그리 밀어내도 지치지 않고 다가갈 수 있었던 건 저 말을 마음에 새겨서 그랬던 거겠죠.


그리고 복도에 서 있던 딩시엔이 과거의 자신과 스위에를 봅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가는데, 뒤돌아본 자리에는 이전의 딩시엔이 지금의 딩시엔을 마주 보며 웃고 있죠. 캬. 완벽한 결말이었어요. 여튼 가지마, 얘들아. 영원히 내 마음에 집짓고 살아, 싶었던 암격리적비밀이었어요.

출처 : 암격리적비밀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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