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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별 Nov 08. 2020

엄마 이야기 <운이 없는 사람>

뜻밖의 행운


운 없는 사람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등을 쳐도 코가 부러진다.


등이 치였는데 코가 부러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피카소의 그림처럼 괴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유태인의 세계에는 어떤 일을 하든 나쁜 시레밀이라는 사나이가 있었다. 시레밀은 채플린의 영화에 나오는 사나이처럼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잘못된다.


예를 들어 그가 빵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반드시 잼이나 버터를 바른 쪽이 바닥에 붙어 버린다. 시레밀이 우산을 들고나가면 하루 종일 햇볕이 내리쬔다. 그가 초를 팔면 그날부터 해가 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도 운이 없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


'나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지'라고


아무튼 이 속담은 운이 나쁠 때에는 인간은 정말 운이 나빠서 어떤 것도 잘 되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유태인은 오랫동안 유럽에서 가난하고 박해받는 생활을 하고 있었으므로..


유태인은 거리에는 수많은 시레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유태인 이야기에는 시레밀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유태인은 참으로 운이 없다.

부스럼이 났을 때에는 약이 없고

모처럼 약이 생기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


시레밀은 영락없이 뜨거운 수프를 흘린다.

다른 시레밀의 옷 속에다가


- 탈무드 -




운(運) : 이미 정하여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  


여행을 갈 때마다 태풍이나 비가 온다던가

물건을 고를 때 꼭 하자가 있는 것을 고른다던가

어쩌다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내 것이 될 수 없던가

랜덤으로 가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혼자서 친구들과는 다른 학교로 가거나


시트콤 같은 일들이나 상황이 내게는 자주 일어났었다.

그런 일들로 인해 자신감은 조금 떨어졌지만 다행히 내 탓만을 하며 부정적이고 우울해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며 넘기고는 했었다.






그런데 한 번은 브리즈번에 있을 때 일이다.


아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혼자 시티를 나갔었는데 너무 일찍 도착한 바람에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게 되었다.


서점도 갔다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였는데도 여유가 있어 카지노를 가보기로 한다.


카지노에서는 회원가입을 하고 카드를 발급받게 되면 그 카드로 카지노 안 자판기에서 커피를 두 잔 마실 수 있다. 커피는 우리나라 자판기 커피와는 다른 카페 커피? 와 비슷한 맛과 양으로 생각보 았다. 그래서 종종 커피 마시러 카지노를 가기도 했다. 그리고 재미로 몇 번 머신에 소액을 넣고 게임을 한적도 있었다.


그날도 커피를 하나 뽑아 들고선 자리를 잡은 후 소액을 넣 게임을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게임을 하던 도중 머신에서 새가 날아다니며 노래가 나오 조금 뒤에 코인이 마구 쏟아졌다.



뭐지? 하며 어안이 벙벙한 게 옆에 쭉 앉아 게임을 하던 호주 할머니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미소로 하해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민망함과 혹스러움을 느끼며 얼른 옆에 있던 바구니에 코인을 담아 환전 하러 갔다.






평소에 운을 믿지 않기 때문에 복권도 안 사는 나인데..

내게도 행운이?


하지만 소액으로 게임을 하던 터라 그리 큰돈이 되진 못했다. 좀 더 큰 금액으로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간사한 마음이 살짝 들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본전을 찾는다는 생각이나 혹은 어쩌다 우연한 기회에 한방, 대박을 노리는 심리 때문에 도박에 빠지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브리즈번에서는 도박으로 큰돈을 탕진하고 자살한 한국인들이 있었다.


세상에는 좋은 의미에 중독도 있고 나쁜 의미에 중독도 있지만 뭐든지 적당히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너무 과도하게 한 가지에 중독되면 파멸에 이르게 된다.




Hardships often prepare ordinary people for an extraordinary destiny.
- C.S. Lewis -




운 없는 나에게 어쩌다 찾아온 행운 덕분에 감사하고 웃을 수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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