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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별 Dec 21. 2020

삼 형제 이야기 <아이가 아프면>

엄마도 아파요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죄인이 되고 부모의 모든 일상이 멈춘다.


아픈 것이 왠지 내 탓인 것만 같아 아이에게 미안하고 또 속상하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엄마들의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아이가 아프다는 말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첫째는 돌 전까지는 크게 아팠던 적이 없었다.

10개월이 되었을 무렵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걸린 장염이 처음이었다.  그 뒤로는 3살부터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감기가 자주 걸렸었다.


유아 장염 초기 증상은 열감기와 비슷해서 발열과 구토 증상이 있고 설사를 자주 하며 3~7일 정도 유지될 수 있다. 만약 하루 대변보는 횟수가 5번 이상일 경우 꼭 소아과를 방문하여 장염인지 아닌지 진찰을 받아보길 권유한다. 영유아의 경우 심한 설사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게 되어 탈수 현상이 나타나 혈압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장염의 경우 설사가 멈출 때까지 먹는 음식을 조심해야 하고 잦은 설사로 인해 항문이 헐어 힘들어할 경우 대변 처리는 엉덩이를 물티슈로 닦아내기보단 물로 씻어 잘 말려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둘째는 태어난 후 조리원에 있을 때부터 걱정이 생겼었다. 처음 들어본 딤플, 거기다 항문 농양, 그리고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고 하여 큰 병원을 가서 정밀 초음파를 해보았다. 검사 결과는 심장에 구멍이 2개가 있다고 앞으로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3.74kg으로 셋 중에 제일 크게 태어나 몸은 제일 약 둘째였다. 신생아 때부터 큰 병원을 다니며 이것저것 검사를 받느라 아이도 엄마 아빠도 모두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었다.




그러던 중 생후 40일이 되었을 무렵 낮에 가벼운 감기 증세를 보이던 아이가 밤이 되자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다. 호흡을 할 때마다 목과 갈비뼈 아래쪽 부분이 쑥쑥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호흡하는 것이 많이 힘들어 보였다. 안 되겠단 생각에 새벽시간 남편과 난 병원 응급실 당장 달려갔고 그렇게 둘째는 모세기관지염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모세기관지염이란?

기관지의 가장 끝부분에서 일어나는 염증으로 대부분 3세 이하에서 주로 발생하며 연령이 어릴수록 진행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한다. 어린 아기들은 어른에 비해 내경이 짧기 때문에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점막이 붓고, 가래가 차는 등의 염증이 생기면서 모세 기관지 내부가 막히고 내부의 공기 흐름 저항도 커지게 되어 아기의 호흡이 힘들어진다.



겨우 40일 된 아기의 손에 링거 바늘을 꽂아야 하는데 혈관이 잘 안 보이는지 몇 번을 찌르고 또 찔러댔다.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렇게 입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병실로 올라가도 된다고 하여 위층으로 이동하였다.


1인실과 2인실 모두 빈방이 없어 3인실에서 지내야 했었는데 너무나 불편했다. 옆 침대 아이 엄마는 혼자 그 병실을 쓰는 것 마냥 큰 목소리를 내며 연신 이야기했고 물건 사용 시에도 조심성이 없이 굉장히 시끄러웠다. 오죽하면 간호사가 여기서는 조용히 하셔야 된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둘째는 입원기간 동안 호흡기 치료와 약을 같이 복용해가며 집중 치료를 받았다. 약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식욕을 촉진시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분명 분유 먹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계속 배고프다고 울어댔고 어쩔 수 없이 분유를 또 먹이면 다 토해내서 침대 시트를 갈아야 하는 번거로운 일을 반복적으로 했다. 그때마다 간호사분께 호출을 하는 것도 너무 미안했는데 아이들 병동의 간호사 선생님들은 정말 친절하셨다. 아이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칭얼거려 혹시나 같은 병실 사람들에게 민폐가 까 싶어 복도에 나와 있을 때도 같이 도와주시고 위로해주셨다.


호흡기 치료는 밤늦게도 하고 새벽에도 하면서 간호사 수시로 열체크를 해주셨다. 밤에 잠을 푹 잘 수가 없어 낮에 아이랑 같이 잠들어있는 모습을 보고 담당 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오셨다가 깨우기가 미안하다며 그냥 가신적도 있다.


4~5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힘들어 다시는 입원하는 일이 없었으면 했는데 그 뒤로 둘째는 응급실도 여러 번, 입원 치료는 두 번이나 더 했었다. 아이가 조금 크고 입원을 하니 문제는 링 바늘을 자꾸 건드려 빠지면서 침대 시트며 옷에 피범벅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다급하게 처치실로 이동해 몇 번을 또 바늘을 찔대는 고통스러운 일을 겪어야만 했다.     




지금까지 제일 최악이었던 상황은 내가 셋째를 임신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다. 바로 옆 시댁에 잠깐 놀러 갔었던 첫째 아이의 갑작스러운 사고소식이었다.


안마기 위에서 장난치다가 머리가 거꾸로 안마기 의자 부분 뒤쪽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놀란 남편이 시댁에 도착해 보니 안마의자 기계가 작동 중에 아이 머리가 거꾸로 끼어 본인도 빼려고 울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태였다고 했다. 의자를 뜯어내고 아이를 꺼냈지만 이미 눈 쪽과 머리 부분이 시커멓게 멍이 심하게 들어 다친 후였고 곧이어 도착한 구급차를 타고 급히 큰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다행히 뇌 CT 촬영에서는 이상이 없었지만 정밀 검사를 위해 성형외과와 안과를 다시 가야 했다. 안과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성형외과에서 안와골절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서 빠른 시일 안에 수술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절망적인 생각에 지인 중 아는 분이 의대 성형외과 교수님으로 계셔서 다시 한번 진료를 보기로 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 촬영을 다시 하였고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면서 경과를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자고 하셨다.


몇 주 뒤 다시 찾아간 진료실..

교수님은 첫째를 보시더니 괜찮은 것 같다고 앞으로 조심하면서 혹시나 이상이 있거나 얼굴에 변형이 있을 시 재방문해도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 너무나 천만다행인 순간이었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렇게 큰아이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둘째까지 수족구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수족구는 손과 발, 입에 수포(물집)가 생기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이다. 이 병은 장바이러스가 몸안에 들어와 생긴다. 5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이 잘 걸리고 전염성이 높아 밀접하게 접촉하게 되면 옮길 수 있다. 간혹 면역력이 약한 성인에게도 전염된다. 낫게 하는 치료약은 따로 없고 가려움이나 진통을 줄일 수 있는 피부약이나 입안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식의 약정도. 대게 증상이 시작하고 호전되기까지는 7일~10일 정도 걸린다. 입안 통증 때문에 음식 섭취가 어려워 탈수현상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뜨거운 것보단 차가운 것을 먹이는 것이 좋다.


수족구로 타인에게 전염이 될 수도 있다고 하여 병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심지어 X-ray 촬영 시 촬영하러 가는 길 보호자인 나와 아이는 비닐에 장갑, 모자까지 착용 후 조심히 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셋째를 임신한 상태였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어 나 대신 외할머니가 같이 동행을 해주셨다. 둘째가 입원해 있는 동안 외할머니 외에도 친할머니, 고모 가족들 모두 함께 고생해주셨다.


 


 

첫째와 둘째는 다행히 그 후로 지금까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특히 둘째의 걱정했던 부분들에 대한 검사 결과도 모두 정상이었다.


어른들의 전해지는 말로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라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아픈 아이를 보면 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이 마음이 아프다.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고.. 아이가 아픈 것이 얼마나 슬픈 것임을 알기에 더더욱 그렇다.


바람이 있다면 세상 모든 아이들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몸이든 마음이든 상처 없이 건강하게 웃으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You know,
all that really matters is that the people
you love are happy and healthy.
Everything else is just
sprinkles on the sundae.

있잖아,
정말 중요한 건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거야
나머지는 그냥 아이스크림 위 설탕들에 불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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