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경진 Nov 22. 2020

“서두르지 않습니다”라는 문장

[03] 2020.11.22

아침에는 20분씩이라도 요가를 하려고 한다. 물론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요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2년 차 프리랜서가 되었을 때 시작했다. 6개월가량 PT를 받았지만, 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듯한 근력 운동은 도통 맞지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작은 요가원의 오픈을 알게 됐고,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으로 1년이 조금 넘게 아침 수련을 이어갔다. 수강생이 많지 않아 여유로웠고 집이라서 편안했다. 선생님과 하루의 변화들을 체크하며 나의 몸과 마음을 비로소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몽골 여행과 프리랜서라는 경제적 고충, 이후에는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더 이상 요가원을 가지 않았다. 이러다는 안 되겠다 싶어 ‘요가소년’ 유튜브로 홈요가를 시작했다.


나는 아침 요가를 선호한다. 몸이 더 잘 움직이는 것은 저녁 요가지만, 아침 요가는 요가를 통해 하루치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다. 서서히 깨어나며 다음을 도모하는 기분. 나는 언제나 그 기분이 좋다. 오래간만에 다시 아침 요가를 했다. 추워진 날씨와 함께 어깨 결림과 소화 불량이 시작된 탓이었다. 마침 최근 영상의 썸네일에 정확히 ‘어깨 결림과 소화 불량을 해소하는 요가’라고 쓰여있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요가를 하는 동안에는 구령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도통 어떤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요가는 엄청난 운동에너지 이후에 이완의 시간이 이어진다. 스트레칭을 통한 쿨다운이라는 단어로만 설명되지 않는, 명상의 시간. 그때 이 문장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서두르지 않습니다.”

여러 영상에서 여러 차례 들었음에도 오늘 아침에는 이 문장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이 요가가 끝난 후에 해야 할 것들이 무의식 중에 떠올라서였을 거다. 일요일 아침 루틴이었던 화장실 청소와 <방구석 1열> 시청, 이후에는 대학로와 신촌에서 두 편의 공연을 보고, 밤 9시에는 무언가를 신청해야 했다. 내일의 마감과 마감을 위해 타인에게 전달해야 했던 일도 있었다. 마법 같은 문장은 생각을 끊으라고 말하는 듯했다. 알아챈 조급한 마음에 휩쓸리지 않고, 흐르는 대로 나를 내버려 두며 거리를 두는 일. 어려운 것을 알고 있으니 천천히 하라고 나를 다독이는 것만 같았다. 언제나 미리 걱정하는 나에게 이 문장은 마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보카도계란김밥, 부드러움을 드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