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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장밥 Sep 06. 2023

저, 성매매한 적 없습니다

노웨딩 후폭풍 : 뒷소문

한국애들 종특. 평가 유행 아니면 지 주관 밖의 일이라면 씹고보는 탓
- 이병재 <탓>


예은 : 오빠 아니지?


3주 전, 그러니까 결혼을 하고 열 달이 지났을 무렵, 전화가 한 통 왔다. 그리 자주 보지는 못 해도, 이만하면 퍽 가까운 동생. 그리고 아마도, 그 정도의 가까움은 있었기에 전화를 주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약하자면, 기소랬나 기소유예랬나, 여튼 내가 검찰에 넘어간 상태라고 한다. 성매매를 하다 걸려서.



회사일이 힘들어졌었다. 단순히 업무의 양이나 성격문제는 아니었으나, 일이 많기도 많았다. 주말이고 공휴일이고 쉬지 못하고 출근하는 일이 5개월은 반복되었다. 휴일을 휴일답게 쉬었던 주는 단 한 주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몸과 마음이 모두 병들어갔다. 어떤 날은 욕조를 보며, 여기 누워서 내가 손목을 긋고, 뿜어져나오는 피의 양만 잘 잴 수 있다면, 죽지는 않되 회사는 안 갈 수 있을 정도로 다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이런 소름끼치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득 스스로에게 식겁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결국 아내의 부탁에 따라 간 병원에서 받은 진단, 주요우울장애. 의사생활을 하며 젊은 남자가 이렇게 심한 건 처음 본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리하여 휴직을 하게 되었다. 입사 후, 첫 휴직이었다.



가짜뉴스는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잘 섞어놓는다고 한다. 내 경우가 그랬다. 내가 들어도 고개가 끄덕거려질만큼 꽤 있음직한 얘기였다.


내가 성매매를 했다고 한다. 반복적으로 하던 사람인데, 그게 경찰에 걸렸다고 한다. 경찰 수사 후 검찰에도 넘어갔는데, 이걸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여자친구가 이미 임신한 상태였단다. 여자친구는 나를 용서해주었지만, 그래서 결혼을 서두르게 되었고, 결혼만 후다닥 하느라 결혼식을 못 했고, 회사에서는 휴직을 종용하여 어쩔 수 없이 휴직을 당했다고 한다.


두팔 : 야, 이거 내가 들어도 그럴듯한데?


노웨딩 결혼을 했다는 사실과 휴직을 했다는 사실. 이 두 가지 사실에 성매매, 경찰수사, 검찰기소, 여자친구 혼전임신 등 여러 픽션이 섞여,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스토리가 뽑혀나왔다.


예은 : 나는 막 화냈어. 사람이 휴직했다고 해서 어떻게 그렇게 몰아가냐. 그러면 안 된다. 나한테 말을 안 했을 수는 있지만, 내가 알기로는 아내가 임신 상태도 아니다. 휴직도 개인적인 일 때문인 걸로 안다. 그랬어. 오빠를 안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래?
두팔 : 진짜 고맙다, 너무 고맙네.


사실 이 얘기를 듣고, 심장이 쿵쿵거리고 가슴이 뛰었다. 헛소문에 엮인 적이 처음은 아니지만, 우리의 결혼 얘기, 그리고 아내 얘기까지 섞이니까 기분이 더 좋지 않았다.


예은 : 근데 오빤 되게 차분하네? 나는 이 얘기 들었을 때 정말 너어어무 기분이 나빴는데.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걸 티내봤자 무슨 득이겠는가 싶었다. 다행히 티가 안 났나보다. 그래, 결혼식 안 한 게 다 내 선택인데 뭐. 내가 한 게 나한테 돌아오는 거지 뭐. 라며 스스로 위안했다.


예은 : 오빠 내 성격 알지
두팔 : 알지
예은 : 앞에서 못 하는 얘기는 뒤에서도 안 하잖아
두팔 : 그치. 너 그렇지.
예은 : 그래서 전화했어. 아닐 거라고 믿지만, 그래도 혹시 라는 게 있으니까, 본인한테 확인하려고. 우리가 이정도 전화는 할 사이는 되지 않나 싶어서.
두팔 : 고맙다 진짜.


통화를 하며 생각했다. 이따가 아내한테도 꼭 얘기해줘야겠다고. 우리를 둘러싼 소문이니까.


예은 : 근데 좀 이상한 게, 오빠 회사 동기들이 적극적으로 해명을 안 해줬다는데?
두팔 : 그럴 수 있지. 내가 들어도 그럴듯한데, 남들이 들으면 어떻겠어. ‘혹시 두팔이가?’ 싶을 수도 있지.
예은 : 이거 단톡방에라도 해명해야 하는 거 아냐?
두팔 : 에이, 이게 뭐 좋은 일이라고 내가 먼저 얘기를 해
예은 : 아니 그래도. 다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톡에서도 얘기 못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이건 오빠가 먼저 말을 꺼내주는 게 더 좋을 거 같은데. 뭐 오빠 일이니까 선택은 오빠가 하는 거지만.


나를 걱정하며 건낸 진심어린 충고. 조금 고민하다가 단체대화방에 글을 올렸다.


두팔 : 「소문이 있는 걸 들었습니다만, 그거 저 아닙니다. 저, 성매매 한 적 없습니다.」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단체방의 누군가가 또 화를 내준다.


정훈 : 「결혼식은 무조건 해야하고, 휴직은 절대 하지 말라는 소린가? 뭐 그딴 게 다 있어」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결혼식 없는 결혼을 알리고 나서, 주변에서 참 많은 의혹제기를 받았었다. 더 많은 뒷담화들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나, 우리 귀에까지 들린 얘기들도 적지 않았다.


 - 신부가 한참 전에 임신을 해버려서 이미 만삭이다

 - 신랑이나 신부가 이미 한 번 갔다 온 사람이다

 - 신랑이나 신부가 사회성이 없어서 초대할 하객이 없다

 - 신랑이나 신부가 부모님이 안 계시다

 - 신랑이나 신부가 장애가 있다

 - 신랑 신부가 가난해서 결혼식을 할 여력이 없다


이제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 셈이다. 신랑의 성매매라는.



역대급 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공원에 산책나온 옆집 개에게도 관심이 가는데,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인들에게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할 거다. 특히 그 주변인이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경우, 그러한 선택에 대해 이런 저런 추측들을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노웨딩 결혼을 하기로 했을 때부터, 우리는 이미 여러 소문들이 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결혼안내장에 이런 거 다 적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도 했다. 우리는 둘 다 초혼이고, 다행스럽게 양가 양친이 다 계시며, 사지가 멀쩡하고 등등.


결론적으로,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남들 눈치를 그렇게 볼 거였으면 결혼식을 그냥 했지, 라는 호기로운 마음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약간의 위트를 섞어서 유머러스하게 적어놨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생각보다 사람들의 입방아는 열심이었다.


그렇다고 노웨딩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저런 입방아들이 노웨딩의 작은 부작용 중 하나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눈에 띄니까,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릴 거다. 노웨딩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두둘 : 대박! 근데 진짜 그럴듯하네요


얘기를 전해들은 아내가 조금의 불쾌한 기색 없이 맑게 웃는다. 티 없는 웃음. 그래, 내가 여기에 넘어가서 결혼을 했지.


두팔 : 그쵸? 근데 몇 달 지나면 애가 안 나올 테니, 헛소문이었다는 걸 다들 알게 되지 않을까요
두둘 : 그렇겠죠? 아, 아니다. 막 유산했다는 소문까지 도는 거 아니에요? 임신한 상태에서 남편의 성매매 소식에 충격을 들어서 유산을 했다고!


와, 정말 그럴지도? 소문은 끝이 없다.



BEHIND : 두둘의 이야기

맞아요. ‘아 그냥 식을 올릴 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이런 경우였어요.

제가 제일 처음 겪은 건 메이크업 스튜디오에 연락을 했을 때였어요. 하객은 없지만 뜻 깊은 날이니까 메이크업을 하면 어떨까 싶어서 예약 문의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가족들끼리만 밥 먹는 자리라고 했더니 “젊으세요?”라고 물으시는 거에요. 갑자기 젊냐는 게 무슨 말이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하객 없이 가족들만 몇 명 모여서 결혼을 한다고 하니, 나이 든 재혼이라고 생각하셨던 거 있죠.

노웨딩을 결심했을 때만 하더라도 주변인들이 우리 부부한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식을 안 하는 거라고 생각할 줄은 몰랐어요. 친한 친구들은 저에 대해 잘 아니까 문제될 게 없었고요. 막상 결혼을 이렇게 하고 나니 뒤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걸 몸소 겪었네요.

그렇다고 해도 만약 저에게 다시 결혼 전으로 돌아가서 결혼식을 할 거냐 묻는다면 전 여전히 노웨딩을 선택할 거에요. 한 10%정도 더 고민은 하겠지만, 몇 번이고 말했듯이 식 없는 결혼은 저한테 그만큼 좋은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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