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의 기술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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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맞이의 기술>

이번 주말 중요한 손님이 온다.

사실 기자들은 손님 맞을 일이 잘 없다. 보통 접객을 하는 쪽보단 손님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손님맞이는 가장 미숙한 부분이기도 하면서 가장 잘 '아는' 분야이기도 하다.

예전에 사대부집 곳간 주인마님들이 요리를 잘했던 것은 밖으로 싸돌아다니며 산해진미를 먹고 다닌 한량 남편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과 같은 이치다.

"이건 이렇게 저렇게 하면 더 맛이 좋소"라고 하고 어느 기생집이냐며 바가지 긁혔다는 일화가 참 많았다지.

한마디로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고,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줄 주도 안다는 소리.

중요한 손님이 올 때면 나는 꼭 두 가지를 지켜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이건 누구든 유용하게 쓸 수 있으니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았던 것보다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을 준비하는 것이다.

가끔 홍보나 홍보 대행사 쪽 분들을 보면 본인이 흥분해 본인이 준비한 행사에 본인이 과하게 몰입하거나 장광설을 쏟아 놓는 경우가 있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손님들도 분명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대부분 앞에서는 "좋았어요", "최고에요" 하고 뒤에 가서는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더라"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보다는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내 흥에 내가 취해 손님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경우는 나처럼 현지 음식을 매우 잘 먹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중간중간 한국 식당을 끼워 넣는다거나 너무 딥한 예술을 즐기는 장소보다는 대중적인 선호도가 있는 곳을 코스로 두는 것이 좋다.

물론 누구나 좋아하는 것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니 평소에 다니면서 손님을 맞기 좋은 곳은 기록해 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이런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손님으로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이메일이나 서류상으로만 소통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 대해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럴 땐 자신의 인맥을 통해 인물평을 들어보거나 유명인이라면 인터뷰 기사 같은 것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답사다.

잉? 왠 답사?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손님을 맞을 때 답사는 무척 중요하다.

이건 홍보팀 팀장님들을 보고 배운 건데 이 분들은 무슨 행사든 사전에 답사를 꼭 간다.

내가 아무리 이전에 알고 있던 장소나 음식, 전시장, 박물관, 미술관, 쇼핑센터라 할지라도 현재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답사는 열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중요하다. 어느 정도까지 해보는 것이 좋으냐면 동선에 맞춰 비슷한 시간대에 가서 직접 요리를 주문해 먹어보고, 체험해 보기까지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의외로 손님을 모셨을 때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땀을 뻘뻘 흘리는 것보다 이렇게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훨씬 낫다.

이렇게 준비를 해도 사고는 항상 터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러저러하게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면 돌발상황 발생 시 대처하기도 쉽고, 빠르게 플랜B를 제안하기도 좋다.

에이 무슨 이럴 일이 얼마나 있다고 하겠지만, 해외에 살다 보면 양가 부모님, 친인척, 회사 손님 등이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요령을 익혀 두면 좋다.

마지막으로 첫째, 둘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마음이다. 너무 뻔한 것 같지만, 사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여러 행사에 참여하다보면 접객을 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같은 활동을 해도 기분이 매우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어떤 마음으로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지가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면 상대방도 정신이 없고, 짜증이 섞은 마음이면 상대도 짜증이 나기 마련이고, 기쁜 마음이라면 상대도 무얼하든 기쁜 마음으로 할 것이다.

물론 중요한 손님을 맞는다는 것은 항상 설렘이 있다는 것이니 이 부분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정성스레 손님을 대접하고 나면 손님과의 관계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상대와 나의 친밀감이 단 한 번의 손님맞이로 훨씬 높아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해외가 아니라도 자신의 집이나 고향에 놀러 온 손님을 맞을 때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받는 사람은 받는 사람대로 마음이 따숩고, 준비한 사람은 또 준비하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는 것마냥 그 자체로도 훈훈한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날 것이다.

#즐거운손님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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