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나와 현실 속 나의 갭에 대한 단상>

#단상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페북을 시작한 것은 수년 전인 것 같다.
원래 기록을 하고, 그것을 날짜별로 정리하고, 들여다보지는 않는 묘한 습성이 있었기에 나에게 페북은 단순 기록용 공간으로 정의됐다. 그냥 디지털 메모장 같은 거랄까.
따봉충의 길을 걸은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낸 지인들은 요즘 나를 보면 "원래 그렇게 똥꼬발랄했나", "말수가 그리 많았나", "그렇게 돼지, 아니 잘 먹었나", "실없는 우스운 소리를 잘하는지 몰랐네" 질문을 쏟아낸다.(그럼 아 이 사람을 차단 안 했구나 하고 바로 차단)
페북러라면 누구나 겪는 페북 속 나와 현실 속 나의 '갭'에서 오는 당혹스런 경험이 있을 터다.
근데 이런 갭차가 너무 잼있지 않은가.
대관절 내가 어디에 가서 '안녕하세요. 저 돼지터리언인데요'라고 하겠는가.
한 달간 미친듯한 업로드, 사실 공해에 가까울 정도로 남의 타임라인을 가득 채우는 포스팅에 점잖게 불편함을 표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래도 나의 요상스런 면을 보니까 재밌다는 사람이 조금은 더 많았다. 진짜 친한 사람들 아니고서야 원래 이렇게 똘기 충만한 모습을 보이기란 쉽지 않잖나.
페친 중 한 분이 자주 사용하는 '도른자'란 표현이 있다. 아무리 얌전한 사람도 누구나 도른도른한 구석이 하나쯤은 있는 법.
처음엔 부계정을 만들어서 페북 놀이를 해볼까 하다가 그건 비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모든 부계를 지지합니다.) 아니 그렇게 하면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았다.
글이란 걸 업으로 삼다보니 과도한 업로드에도 지치지 않는 강한 글체력이 따봉을 향한 물량공세에 밑바탕이 됐다.
한 달간 지난하게 글을 쓰면서 나는 온라인이란 공간에 제2의 자아를 열심히 조각하고 있다. 페북 정보란에 소개된 양력이란 뼈대에 먹부림, 단상, 테니스, 서평이란 살을 붙여 가며 또 다른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중이다.
댓글 창에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실없는 소리의 향연이 좋고, 음식 이야기, 책 이야기, 나만 좋아라하는 테니스 이야기도 좋다.
언젠가는 이 일도 시금털털하게 느껴지는 날이 오겠지.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오늘도 베이징은 바람이 차다. 나는 온수매트에 누워서 눈곱을 떼가며 하라는 발제는 안 하고 요런 글이나 쓰고 있다.
오늘은 뭘 먹나. 뭘 읽나. 어떤 차진 드립을 칠까.
퍼거슨 경 오늘도 마음을 다잡으며 그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외수, 강용석, 도도맘, 이산타, 설리, 기성용, 한서희, 트럼프, 황교익, 손연재, 소트니코바, 이재명, 김부선.
#단상 #따봉충 #sns란무엇인가 #페북핵잼

++안믿겠지만 실제로 만나면 양반집 규수 같이 얌잔합니다. 조만간 시집가서 조신하게 삭바느질 잘 할 거 같이 생겼어요.
++어제 이불보 뜯어놓은 게 어디 갔더라.

keyword
이전 18화내가 주고 싶은 거 말고, 남이 받고 싶은 것을 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