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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16. 2018

중국외교부 브리핑룸과 대변인 3인에 대한 단상

#단상 #취재현장

<중국외교부 브리핑룸과 대변인 3인에 대한 단상>
 어제 루캉 형님 사진을 찍다가 생각해 본 단상 기획이다.
 중국외교부 신문사 란팅(蓝庭.파란방)은 공항 다음으로 내가 자주 가는 출입처다.
 사실 란팅은 외신 취재가 거의 허락되지 않는 중국에서 공항과더불어 유이한 취재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대략 30여개 매체가 매일 열리는 정례브리핑에 참석하며, 한국에서는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매일 참석하고 중앙일보, 한겨레 정도가 간헐적으로 브리핑에 참여한다.
 사용 언어는 중국어와 영어만 허용되며, 서양 기자들은 주로 영어, 동양권 기자는 중국어로 질문한다.
 브리핑 주제는 시진핑 따꺼를 비롯해 중국 지도부의 주요 일정을 소개하고, 미중문제, 북핵문제, 한중관계, 시리아, 이란 등등등 옆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는지 고양이가 가출을 했는지까지 온갖 이슈를 다 다룬다.
 중국 외교부 브리핑은 우리 입장에서도 유이한 취재처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의견을 대외에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창구다.
 대변인 3인 중 대빵은 외교부 신문사 사장을 맡은 루캉 형님이시다. 나머지 둘은 부사장이고 서열은 화춘잉, 겅솽 순이다.
 루캉 형님은 저리 생기셨지만, 조지아 대학에서 유학하시고 왕이 외교부장 및 중국 외교부에서 주관하는 주요 행사 사회를 맡기도 하며 영어를 잘 한다.
 생긴 것처럼 전혀 다정다감하지 않은데 같이 유학했던 중국 인사의 말로는 조지아대에서도 얌전하게 공부만 했다 한다.
 일본을 특히 미워하며, 역사 문제나 위안부 질문을 하는 일본 기자들에게는 일부러 질문을 못 알아듣는 척하고 3회 반복 질문을 하도록 '빅엿'을 먹이기도 하는 짓궃음이 있다.(일부 아니 대부분 일본기자의 영어, 중국어는 실제로도 알아 듣기 힘들다)
 브리핑이 끝나도 절대 단상 밑에 내려오지 않고 쌀쌀 맞게 뒤돌아 뒷편 전용 통로로 빠져나가는 차도남이다.
 그리고 대부분 답변은 "이미 말했던 내용이다", "관계 부처에 물어보도록" 등 단답형이다.
 화춘잉 대변인은 홍일점으로, 생긴 것처럼 따순 사람이다. 항시 브리핑이 끝나면 단상에서 내려와 기자들과 소통도 하고 수려한 영어로 서방 기자들을 어르고 달래는 역할도 수행한다.
 약간 이건희 회장을 닮은 외모에서 풍기듯 부티가 좔좔 나고 패션 센스도 좋다.
 또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는 거의 매번 대만, 홍콩, 중국 각 기관, 초중고대학생 등 참관단이 브리핑룸 뒤편에 참관석에 앉아 있는데 반드시 기념 단체촬영에 응하고, 아이들일 경우 다정하게 질의응답과 진로 상담도 해준다. 걍 돌아서 가버리는 루캉 형님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화춘잉 누나의 문제는 답변이 너무 길어 기사 쓸데 죽을 것 같다는 점이다. 김용 무협소설 등을 인용하기도 하고(황룡의 연환갑도 등장), 중국 고전, 루쉰 어록 등등 한마디로 말이 많아 브리핑가면 죽을 거 같다.(그래도 따순 사람이라 좋다)
 화춘잉 누나가 나오는 날은 대변인 단상에 작은 발받침이 놓이는 데 키가 다른 대변인에 비해 작기 때문에 방송 화면을 잡기 위한 '특별 조치' 같다.
 화춘잉 누나는 딸이 하나 있는데 가끔 딸이야기를 하고, 무슨 사정이 있어 혼자 애를 키우는 듯 한데 바쁜 와중에 부족함 없이 애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항시 멋진 사람이다.
 겅솽 대변인은 싱글벙글한 인상이 트레이드마크인 사람이다. 전형적인 부자집 도련님 같은데 직장을 취미로 다니는 느낌이랄까.
 겅솽 대변인의 별명은 '지각왕'이다. 오후 3시 브리핑에 항시 3시15분이 넘어 온다. 원인은 습관성 지각 증후군 같고, 브리핑 준비가 항시 덜 된 상태로 오는 거 보면 일 때문은 아닌 듯 싶다.
 항시 프레스가이드라인(PG)를 보고 읽는 게 특징이고, 가끔 잘 몰라 말실수를 한다. 그러나 금수저인 그는 짤리지 않는다. ㅋㅋㅋ
 겅솽 대변인은 시 따꺼가 젊은 시절 중국 인민 해방군의 사령탑인 중앙 군사 위원회 비서장의 비서로 있을 때  비서장인 겅뱌오의 친인척이란 소문이 있다.
 겅 비서장은 시진핑 주석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와 전우 사이로도 유명하다.
 그러니까 시따꺼 과거 상사의 조카 항렬에, 시따꺼 아버지 친구의 조카니 뭐 더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겅솽이 작년에 한참 바쁠 때 2주간 휴가를 가기도 했는데 다들 '역시'라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있다.
 겅솽은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남북 정상회담 때나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브리핑이 끝나고 내려와서 꼭 "아 유 해피?"로 말을 건다.
 보통 나는 중국어로 겅솽은 영어로 대화를 한다. 영어 연습이 하고 싶은 거 같은 데 내가 안(못) 받아주니 답답해 하는 모습은 귀엽다.
 항상 미소를 띄는 모습이 주변 사람한테 사랑 받고 자란 티가 나고, 참관단과도 꼭 단체 사진을 찍어 주는데 "화면보다 훤칠하다"는 멘트가 자주 들린다.
 보통 외교부 대변인 마치면 샌프란시스코나 미주 지역 공관장으로 나가던데 나중에 잘 나가면 모르는 척 하지 마세요.

#단상 #중국외교부 #대변인3인방 #쓰고보니길다 #잼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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