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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Nov 01. 2022

밤 중에 자다 깼다. 명상을 했다.

불면과 함께 하는 마음 챙김.


명상을 하는 사람을 본다면 으레 이런 상상을 할 것이다.

'쟤는 마음이 항상 편안하겠지?'

'스트레스를 좀 덜 받겠지?'


 하지만 실상은 반대가 아닐까? 아마 명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문제를 겪었기 때문에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명상에 관심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나 또한 그랬다. 스트레스를 겪고 세상 일을 헤쳐나가면서 힘든 것들이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명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지금의 현재의 삶이 스트레스를 받고 무언가 답답한 것이 있는데, 명상을 통해서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바람으로, '명상'키워드를 검색을 했고 나와 만나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명상에 관심을 가졌던 불편감 중에 하나는 잠이 들려고 하면 생각이 많아서였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오늘 했던 멍청한 일에 대한 후회, 내일 있을 일에 대한 불안감 등이 범벅이 되어 내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 생각 하나에 붙잡히게 되었다가 다시 놓치게 되면 시계를 보며, 지금부터  잠들었을 때 몇 시간을 잘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가 평소에 자고 있던 시간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그것을 통해서 내일 얼마나 피곤하고 불편할지 상상하게 된다. 그 상상에 사로잡혀 다시 또 잠들지 못한다. 마지막으로는 잠들지 못하는 나를 채찍질하기에 이른다.


'명상을 꾸준히 한다고 하고 있는데도 왜 나는 잠을 못 이루는 걸까?'


 잠들지 못하는 밤, 선잠이 잠깐 들었다가 깬 건지, 아니면 계속 내가 깨어 있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시간, 고요한 새벽에 침대에서 나왔다. 문득 마음 챙김 명상을 만든, 존 카밧진은 불면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궁금해서 다시 책을 편다. 


 웃긴 것은 존 카밧진도 잠을 잘 자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특히 아이들을 키울 때 십여 년간 밤중에 몇 번씩 깨고 아이들을 달래며 살았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한 번 보도록 하자.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혼란스러운 수면양상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그 기간 동안에 전혀 방해받지 않고 잠을 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첫 번째 이유는 아이들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아이들이 네다섯 살이 될 때까지는 수시로 깨어나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내가 완전히 지치지도 않고 병도 들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수면 문제와 싸우려 들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나는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였으며 오히려 명상 수련의 일부로 삼으려 했다. 
 이제 아이들은 성장했고 매우 잘 잔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한 밤중에 자주 깨어난다. 때로 밤중에 깨어나는 것은 내 마음에 매우 많은 것이 아마 내가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리라. 
 만약 당신이 잠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덜 염려하고, 온전히 깨어 있음에 보다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면, 잠은 당신 자신에 관해 숨어있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

-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치유, 학지사, 2013, 존 카밧진 저, 김교헌 김정호 장현갑 공역, 283-293p


예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 한번 더 존 카밧진이 쓴 마음 챙김 명상과 자기 치유가 새롭게 다가온다. 마음 챙김 명상의 대가도 이러한 문제를 겪었다는 것에 동질감이 느껴진다. 또한 불면 마저도 명상수련으로 삼아 수행해 나갔다는 것에 대해 경외감이 든다. 


 한밤중에 이 글을 쓰며, 생각해 본다. 

 나는 잠들지 못하는 것에 염려하고, 깨어 있으면서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잠들려고만 했다. 내 마음이 깨어있기로 했는데, 그것을 부정하려고만 했었다.


고요한 밤 침대에 앉아서 정좌하고 앉아서 호흡에 집중을 한다. 밤은 조용하다. 멀티탭에 꽂혀 있는 주황색 불빛들에 눈길이 간다. 그것들이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불빛들이었으나 한밤중에 인지하게 되고 내 의식이 간 것에 생경하게 느껴진다. 다시금 호흡에 집중을 하며 눈을 감는다. 


다시 잡생각이 떠오른다. 그것들을 알아차리며 다시 호흡에 집중을 한다. 나는 이곳에 완전하게 깨어 있다. 깨어있는 순간에 집중을 하고 호흡을 알아차린다. 부정하기 보다,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현재에 더 온전하게 깨어있을 때,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내 몸이, 내 마음이 보냈던 신호가 느껴진다.


카밧진이 말했던 것처럼 나에게 관해 숨어있던 많은 이야기가 들린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따라 하기 

1. 잠을 잘 들지 못하면 염려하는 나 자신을 알아차린다. '내가 잠을 잠을 못 드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구나.'

2. 호흡명상을 한다. 누워서 내 몸의 감각을 관찰해도 좋다.

3. 호흡에 내 정신을 모은다. 숨을 들이 쉬고 내쉬는 것을 관찰한다.

4. 잠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러면 또다시 걱정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 그 마음을 받아들이며 다시금 '이 순간에 온전히 깨어있을 수 있도록 호흡에 집중한다.'

5. 나를 채찍질하려거나 조급한 마음이 들면 그 마음조차도 다시 알아차린다.

6. 이 순간 나의 감각, 몸, 생각들을 알아차리고 이런 것들이 느껴지는 구나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을 한다.


 이 명상을 통해서 모두가 잠을 잘 잘 수 있게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나처럼 잠들지 못하는 것을 통해서 마음 챙김 할 수 있는 수련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쉽게 숙면을 취하는 것이 어렵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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