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인드풀 Aug 28. 2024

숙취 해소에 탁월한 명상

일상에 명상 일곱 스푼

어제 오랜만에 친한 지인들과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지글지글 달아오른 불판에 소고기가 올라갑니다. 

한 점 먹으니 친구 하나가 늘 그렇다는 듯이 이야기합니다. 


"여기요 소주 한 병에 맥주 두 병 주세요." 


저는 평소에는 술을 즐겨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편한 사람들과는 술이 술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회식에서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술은 사약을 먹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가장 편안한 사람들과 마시는 술은 일 할 때 마시는 박카스처럼 꿀떡꿀떡 들어갑니다.


서로의 잔이 부딪히고 한 잔.. 두 잔.. 자꾸 들어갑니다. 테이블 옆에 쌓인 술병들은 늘어갑니다. 


고깃집을 나와서도 얼큰하게 취한 친구들과 저는 제법 목소리가 커져 있습니다.


"야 2차 가야지 포차에서 한 잔 만 더하자"



이렇게 친구들과 2차까지 가서 노가리, 골뱅이에 소주 한 잔을 더 했습니다.


 술을 몇 잔 더 마십니다. 


내일의 제가 괴로울 건 알지만 에 취한 저는 지금이 더 중요합니다. 






역시나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가 힘이 듭니다.


머리가 아프고 속은 메스껍습니다. 평소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위와 대장의 형태를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밤의 고기, 골뱅이, 노가리는 소주, 맥주와 제 위액과 뒤엉켜 채 소화되지 못한 채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합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생각합니다. 이렇게 전부 다 배출될 거라면 왜 그렇게 먹어댔는지..


세상의 산해진미를 먹어보아도 결국 우리 이 몸에 다  저장하지 못한 채 떠날 것입니다. 맛보고 느낀 것들을 모두 저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술에서 깬 저는 지금 누구보다 현명합니다.


속을 게워내고 난 다음에 옷을 입고 출근길에 나섭니다.


배는 울렁거리면서 텅 비어 있는 상태라 온몸에 힘이 없습니다. 터덜터덜 가까스로 발걸음을 옮겨 걸어갑니다. 


지하철 앞에 서서 기다리는데 스크린 도어에 비친 제 모습이 나옵니다.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처럼 온몸이 흐느적거립니다. 


  녹아내린 몸뚱이를 지하철 열차칸에 욱여넣습니다. 운이 좋게도 앞에 좌석이 하나 비었습니다. 좌석에 정착해서 몸을 주둔시킵니다. 앞으로 30분 동안 좌석은 만의 공간입니다.  눈을 감고 등받이에 기댑니다. 


 잠을 자려고 해도 속이 아프니 온몸이 힘들기만 합니다. 그리고 짜증이 밀려옵니다. 


'왜 그렇게 먹어댔을까. 자제 좀 하지... 이렇게 될 걸 몰랐나?' 

 

 저를 비난하는 말입니다. 이미 바꿀 수 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나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아 그냥 출근하지 말고 그냥 쉬고 싶다. 출근하면서 퇴근하고 싶다. 그냥 자고 싶다.'


 몸이 피곤하니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만 합니다. 


제 몸과 마음은 현재와 모두 단절되어 있습니다. 마음은 과거의 나를 끊임없이 자책하다가, 미래만을 바라보며 지금의 현실을 수용하지 않으려고만 합니다. 제 몸과 마음은 더욱 괴롭습니다. 


 '어 이거 많이 보던 패턴인데...'


 그렇습니다. 명상을 접하기 전에 저 스스로를 학대하던 시기 마음가짐과 똑같습니다.  


 명상하기 전에는 술 취하지 않았더라도 과거에 저를 자책하고, 오지 않은 미래만을 생각했었습니다. 


'그러게 스마트폰 보지 말고 책을 봤어야지 왜 그랬니?'

'운동을 좀 더 했어야지.'

'아 그냥 주말만 왔으면 좋겠다.' 


과거에 저를 자책하는 말들과 오지 않은 미래를 생각했었습니다. 이게 제가 명상을 접하고 전문적으로 수행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죠. 


 명상을 하면서 평상시에 마음이 과거와 미래를 정처 없이 방황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들을 안정화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이 술을 먹어서 내 몸이 힘든 날에는 여지없이 예전의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입니다. 


 명색이 명상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괴로움에서 조금 벗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것에 다시 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아직 수행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방황하던 정신을 다시 붙잡습니다. 지하철의 저만의 공간에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습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 입김이 뜨겁습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 입안이 아주 건조하고 텁텁합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 약간 위액의 향이 느껴집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 머리가 지끈합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 드디어 예전에 내가 하던 호흡의 통로를 인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호흡을 관찰하는 시간 10여분 정도가 지나고 다시 눈을 뜹니다. 


 눈이 맑아지고 머리가 가벼워진 것이 느껴집니다. 


 겉으로 보았을 때 저는 그냥 앉아 있을 뿐이지만, 10분 전의 저와는 몸과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술을 먹었으니 몸이 힘든 것은 당연합니다. 내 마음이 몸을 힘든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니 더 힘들었던 겁니다. 


몸이 힘든 이 순간도 지나 버리면 다시 오지 않습니다. 


힘든 이 순간마저도 생생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현재를 수용할 때 저는 더 이상 과거에 있지 않고 미래에 있지도 않습니다. 


 다시 한번 더 눈을 감고 내 몸을 훑는 바디 스캔 명상을 시행합니다. 


 축 늘어져 있어서 힘이 없다고만 했었던 몸이 실은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목과 허리에서 긴장이 느껴질 뿐 양팔과 양다리는 그대로입니다. 


 제가 힘이 들다고 생각했더니 진짜 그렇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호흡 한 번에 제 몸을 다 훑고 나니 내 몸은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위장에서는 천둥번개가 계속 쳤습니다만.. 


 30여분의 명상이 끝나고 목적지에 도착해 다시 지하철 역사를 올라갑니다. 


 처음에 지하철을 탔을 때는 무겁기만 하던 내 몸이 좀 더 가벼워졌습니다. 

 

 몸은 여전히 힘들지 몰라도, 힘든 내 몸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은 변화했습니다. 

 

 내 마음이 변화하면 몸도 변화합니다. 


 오늘도 일상에 명상 한 스푼 부어봅니다. 



이전 06화 혐오가 차지한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