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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Nov 13. 2024

명상에 관한 어려운 이야기.  

일상에 명상 쉰아홉 스푼

여기 제이슨이라는 사람이 있다.


제이슨은 자동차 사고로 뇌의 특정 부위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반쯤 의식이 있는 식물인간으로 눈은 뜨고 있으나 가족이나 친구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가 옆방에서 전화를 걸어오면 제이슨은 의식을 회복해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전화를 끊으면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좀비가 된다.


의식이 멀쩡하고 전화와 대화할 수 있는 제이슨, 그리고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제이슨


두 개의 자아가 공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신경학자 라마찬드란은 제이슨의 증상을 '텔레폰 증후군'이라 불렀다.


제이슨의 사례는 인간의 의식이 단일 개체가 아니며, 여러 일차적 시스템 위에 이차적 상위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의 '의식'은 다양한 하위 시스템들이 서로 경쟁하고 선택적으로 통합되면서 떠오르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위의 제이슨은 시각과 관련된 뇌 부위는 손상이 되어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나 청각 관련 뇌 부위는 손상되지 않았기에 대화가 가능했다.)


- 내면소통, 김주환,  160 - 161p





정리하자면 우리 안에 자아가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다.


여러 개의 자아 모듈이 있고, 거기에서 우세한 자아 하나가 의식이 되어 우리를 조종한다.


그래도 설명이 어렵다면 이를 아주 잘 표현한 영화가 있다. 바로 인사이드 아웃이다.





기쁨, 화, 슬픔, 까칠이, 불안이, 소심이 등이 하나의 캐릭터로 표현이 된다.


이 캐릭터들은 주인공 라일라의 감정들이다.


어떤 감정이 주인공의 조종판을 잡느냐에 따라 라일라의 행동 태도가 바뀐다.


기쁨 이가 잡으면 행복한 모습으로


화가 잡으면 화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라일라가 어떤 외부적인 자극을 받으면 누가 키보드를 잡아야 할지 자기들끼리 미루기도 하고 서로 잡으려고 싸우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의 자아도 이러하다. 여러 의식들이 경합을 벌이고, 조종판을 차지한 자아가 인식 대상이 된다.





지금의 어떤 생각과 감정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자. 하나의 모듈이 내 조종판 주도권을 차지했다.


그 감정은 외부의 상황 조건에 따라 자극을 받고 판단을 내리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실험에서 남자들에게 매력적인 여성이 나오는 장면을 보여주고 난 뒤, 베팅하는 게임을 하게 했을 때, 중립적인 장면을 본 사람들 보다 더 공격적으로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실험군의 남자들은 알게 모르게 종족번식을 하려는 모듈이 작동을 한 것이다.


즉 우리의 주변 환경에 따라서 특정 감정이 우세해져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다.


기뻤다가, 화가 났다가, 불안해졌다가...


그것이 본디 마음의 속성이다.


(지금의 나는 글을 써야 한다는 모듈이 차지하고 있다. )


내 자아가 여러 개가 있다는 사실은 나의 생각과 감정의 집착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생각은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알아차림'이다.


알아차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2가지 개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는 경험 자아 이다.

 

경험자아는 일상적으로 '나'라고 생각하는 자아이다. 세상으로 드러나있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자아이다.  


두 번째는 배경 아 이다.


일상적인 경험 자아를 지켜보는 자아이다. 이 자아는 경험하는 자아를 언제나 지켜본다.


배경자아는 인식할 수 없는데, 인식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알아차린다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대개 외부의 자극에 따라 반응을 하느라 경험자아로서만 살아간다. 하지만 명상을 해서 지금 이 순간으로 주의를 기울 일 때 배경자아를 알아차릴 수 있다.


인사이드 아웃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배경자아의 시선은 감정 캐릭터들을 바라보는 관객 즉 '우리의 시선'이다.


감정 캐릭터 하나하나는 자기들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다만 관객인 우리는 라일라의 감정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화가 우세 했다가, 기쁨이 우세했다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라일라의 입장에서

배경자아를 알아차리게 된다는 것은.


'라일라'가 자신의 내면의 감정 캐릭터들을  '우리들의 입장인 관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라일라가 마치 제 삼자의 눈으로 자신의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을 때 배경 자아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지금 내 글을 읽는 당신은 경험자아로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잠깐 호흡에 집중하고 '이 글을 읽고 있다.'라는 사실에 집중해 보자.


그러면 당신은 이 글을 읽고 이해하면서, '글을 읽고 있는 나'를 알아차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알아차림이다.



알아차림은 우리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게 해 주므로 선택권을 가지게 해 준다.


예를 들어 불안에 휩싸인 사람은 내가 불안이 가 올라와서 지금 걱정하고 있구나 알아차리면


계속 불안이에게 내 조종판을 맡길 것인지 아니면 조종판을 다른 감정들에게 맡길 것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명상을 통하여 배경자아를 인식하게 되고


배경자아를 통해 내 감정을 알아차리다 보면 감정의 진폭들이 얇아진다.


외부의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화가 나는 상황도 있을 수 있고, 기쁜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그 감정이 지속되지 않음을 알게 되니 화가 나도 다시 현재의 순간으로 돌아올 수 있고


기쁘더라도 지나치게 들뜨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마음 상태를 '평온하다'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은 명상을 통해 친숙하고 늘 여러분 곁에 있었지만 있는 줄 몰랐었던 '배경자아'를 인식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명상을 통해 여러분들 마음에 평화가 깃들길 간절히 기원한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다.



- 참조

1. 책 : 내면소통, 김주환, 인플루엔셜 160- 166p

2. 영화 : 인사이드 아웃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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