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배가 침몰할 뻔했다가 다시 살아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젯밤 24년 12월 3일 22:20 경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자기 직전 갑자기 속보로 뉴스가 올라온 것을 보았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문을 읽고 있었다. 담화는 간단했다.
"비상계엄 선포"
처음에는 이 내용을 듣고 요새 유행하는 딥페이크 영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모든 언론사에서 속보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얼떨떨함으로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23:00경에 육군 대장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보낸 포고령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내가 보고 듣고 있는 것이 모두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령관이 행정부와 사법부를 관장한다.
정치, 결사, 집회, 시위의 자유뿐만 아니라 언론과 출판까지 군부대가 개입할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가짜 뉴스, 여론 조작, 허위 선동을 금한다는 명목 아래에 자신의 뜻과 다른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고 한 통제 정황도 보인다.
한 조항, 한 조항 1980년대 힘겹게 얻어 냈던 자유의 권리들을 일순간에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말들이었다.
포고령이 뜨고 난 뒤에 우리 아파트 위로 헬기가 끊임없이 지나갔다.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피부에는 소름이 계속 돋았다.
아마 짐작 컨테 그 헬기들은 수도방위사령부에서 파견된 특수부 대였을 거라고 추측한다.
헬기들은 여의도로 향했다.
입법부인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게 되면 대통령은 즉시 해제 해야 한다는
헌법 77조 5항의 조문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공수부대를 투입하였다.
그리고 이재명 여당대표, 한동훈 야당대표, 우원식 국회 의장을 체포하려는 체포 조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이 나무를 부숴 입구를 막아 버리고 인간 스크럽을 짜며 버티자. 특수부대원들은 유리창을 깨고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려고 한다. 이때 보좌관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가까스로 공수부대 원들의 침입을 저지하는 사이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모여 계엄 해제 결의안을 채택하게 되었다.
지난밤 생중계로 이 상황을 보면서 짧게나마 느낀 소회가 있다.
1. 민주주의의 소중함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은 그것에 대해서 소중함을 모른다. 우리가 살아 숨 쉴 수 있게 하는 공기에 대해서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듯이 말이다.
내가 브런치 공간에서 나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유, 언론에서 자기의 신념에 맞춰서 기사를 보낼 자유등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 계엄군들이 좀 더 강경하게 진압해서 국회의원들이 모이지 않고 지금까지 계엄령이 유지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과격한 진압이 진행되었다면 1980년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우리가 보내는 그냥 평범한 하루는 그냥 평범한 하루가 아니다. 아주 소중하고 값진 것이다.
2. 한 사람의 인생이든 한 나라든 순식간에 망할 수 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한 직후 환율은 올라갔다 1460원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1412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금 주식시장은 내리꽂고 있다. 외국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정치의 불확실성을 보도하고 있고, 외국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하려는 상태다.
24년 12월 3일 22시 20분에 시행된 계엄으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이와 같은 선택은 대통령 주변 참모진들도 몰랐다고 하고, 미국도 사전에 계엄령에 대해서 듣지 못했다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정황을 보니 대통령을 옥죄어 오는 상황들이 있었다.
자기의 정부 관료들을 20명째 탄핵을 당하고 있으며, 예산은 전부 삭감당하고 있고, 선거 당시에 선거 중개인였던 사람은 구속기소 되고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전방위적 압박을 당하자 일거에 모든 것들을 돌파할 수단으로 계엄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아마 이렇게 결정한 데에는 감정적인 영향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감정적인 선택은 자충수가 되어 모든 국민들을 적으로 돌려버렸다. 여당에서도 제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실무진들과 국무위원들 모두 사의를 표했다 야당은 내일 바로 탄핵안을 의결할 것이라고 한다.
윤석열이라는 대통령의 입지는 계엄령을 선포한 22:20부터 국회에서 해제를 결의 한 01:00까지 2시간 반 만에 순식간에 몰락해 버렸다.
그는 절대 손대지 말았어야 하는 것에 손을 댔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궁지에 몰리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정말 풀리지 않는 갈등과 대립 상황에 처해있을 수 있다. 그 상황에서도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이 있다. 궁지에 있기 때문에 그 행동 밖에 없을 거라 여기지만, 그 행동을 하게 되는 순간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 처럼.
어제 비상계엄 사태를 보며, 명상하며 되새긴다.
"순간의 감정적인 선택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도움이 되지 않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쌓아올린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되새기며 하루하루 소중히, 충실히 살아야겠다.
P.S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