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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Dec 05. 2024

이제 뉴스 기사는 그만 봅시다.

일상에 명상 여든 한 스푼 

오늘도 모든 이야기는 비상계엄뿐이다. 


병원에 가보니 모든 직원들은 여전히 계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회진을 환자들의 TV 화면은 모두 계엄 뉴스 기사로 도배되어 있었다. 


대퇴골 골절로 수술 후에 오신 할아버지 환자는 어제부터 지금 까지 같은 뉴스 채널의 화면만 보고 있다.


"당장 안 잡아가고 뭐 하는 거야!" 이따금씩 자기 혼자 소리도 치시면서  


뉴스 기사는 말은 다르지만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이따금 '긴급', '속보'  소식을 전했다. 오전, 오후, 저녁때마다 뉴스와 아나운서는 바뀌었지만 비슷한 말들을 했다. 결국은 그 말이 그 말이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광고를 넣었다. 




언론은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하다. 실제로 긴박한 순간에 중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 때문이다. 


 12월 3일 밤 10시 30분에서 12월 4일 새벽 1시까지의 진행 상황들을 모두 실시간으로 전송해 준덕에 국민들은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었고, 1시가 되어서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것을 보고 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는 국민들이 많았다. 실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 덕에 우리는 알 권리를 보장받고 어떻게 행동할지 선택할 수 있었다. 이것은 언론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언론의 역기능 중 하나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주의를 지속적으로 빼앗아 간다. 비록 시각을 다투는 상황은 모두 끝났다고 할지라도, 그 장면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며 우리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준다. '아직 당신은 이 정보들이 필요하다.'라고 말이다. 그러면 우리의 뇌영역 중에서 편도체는 활성화된다. 



편도체는 원시적인 뇌의 부분 중의 하나로 공포, 불안, 두려움을 처리한다. 편도체가 활성화가 되어 있으면 지속적으로 불안하고 두렵고, 공포에 떨게 된다. 뉴스를 보고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활성화된 편도체는 새로운 뉴스를 찾고, 새로운 속보를 보내고, 악순환의 피드백이 완성된다. 


 나도 계엄령이 발표되고 잠을 설친 날 다음 날까지 지속적으로 언론에 눈이 갔다. 스마트폰을 켜면 자동적으로 뉴스를 누르고, '속보', '긴급'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기사를 눌렀다. 그런데 모두 알맹이가 없었고, 자동적으로 댓글창에 손이 갔다. 기사 보다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지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을 유지하고 싶다는 내 마음을 발견했다. 지금 시국은 엄중한 상황이니, 내가 할 것을 제쳐두고 뉴스를 보며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내 마음속 깊은 무의식이 속삭였다. 


'네가 해야 하는 일 보다, 지금 이 정보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이 정보를 더 봐야 해"  


아마 편도체의 목소리였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내면의 불편한 마음을 알게 되자마자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내 호흡에만 집중한다. 밖으로 향하던 내면의 에너지를 안으로 돌린다.


허겁지겁 무언가 정보를 섭취하고 싶을 때 몸은 호흡이 거칠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호흡으로 주의를 돌렸다가 다시 내 몸 안의 감각들을 알아차려본다. 앉아 있는 의자의 느낌. 바닥과 발이 닿고 있는 부분의 감각으로 주의를 돌려본다. 


계엄에 대한 이야기는 점차 사라지고 내 몸 안의 감각들만 인지할 수 있다. 호흡에 집중했다가 내 몸을 알아차렸다가를 반복하며 눈을 뜬다. 눈이 맑고 생각이 명료해진다. 


 "이제는 이렇게 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네."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2차 계엄 가능성, 북한군의 침입 등을 언급하며 위험한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


  편도체를 자극하는 모두 확률이 낮은 일들이었다. 


대통령이 탄핵을 될지, 하야를 할지, 각 정당의 움직임들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모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일들이었다.


 결국 뉴스는 모두 확률이 낮은 일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일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럴 거라면 내가 더 뉴스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가십거리로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말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다독여 주고 

 운동과 명상을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도움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브런치 글을 쓴다. 


 혹여 본인의 판단하에 현재 정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다면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도 있다. 집회를 나간다거나 정당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넣는 형식으로 말이다.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가 있으니 그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행위라고 본다. 


 그런데 욕만 하면서 뉴스만 보는 것은 여러분의 편도체만 활성화시킬 뿐, 개인적인 발전도 도모하지 못하며 정치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0.1%도 도움 되지 않는다.  


  편도체가 안정화되니 한 문장이 남는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 말고)"  




 심각한 일이 벌어졌을 때 아무런 감정적 동요도 하지 않는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계엄이 선포되자 두렵고 무서운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벗어났다면 빨리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오는 게 필요하다.  언론은 99%로 행복하고 편안한 일상보다 1%으로 나타나는 불운을 주로 기사화하고, 그 기사화 옆에 광고를 붙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언제나 꿀과 독을 함께 발라 놓고 있다. 우리는 필요한 꿀만 발라 먹고 독은 내뱉어야 한다. 


독까지 같이 먹게 되면 여러분 잃는 것은 여러분의 시간일 뿐만 아니라, 세상은 지속적으로 믿을만하지 못하는 부정적 편향까지 같이 가지게 된다. 


 독을 내뱉는 방법은 편도체 안정화를 위한 명상이다. 편도체 안정화가 되고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면 언론의 기사들을 걸러낼 수 있는 눈이 생길 것이다. 


지나치게 확률이 낮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 말이다. 


 이제 모두 뉴스를 끄고, 잠깐 명상을 하고 난 뒤에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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