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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마인드풀
Dec 12. 2024
아픈 것을 아픈 것으로만 받아들이기.
일상에 명상 여든 일곱 스푼
집 근처에 맛있는 햄버거 집이 새로 오픈했다고 하여
화요일 저녁에 아내와 함께 그 집에서 햄버거를 포장해 왔다.
아내와 나는 아주 맛있게 햄버거를 먹었다. 여기까지는 별 일이 없었다. 조금 기름 졌다는 것 말고는?
맛있는 수제 패티를 만드는 햄버거집들은 대개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먹고 나서 밤부터 배가 스르르 아파왔다.
너무 아픈 나머지 자다가 깼다. 통증은 마치 아이스 팩으로 내 복부를 내리찍는 느낌이었다.
'이건 100% 햄버거로 인한 장염이다....'
그것 말고는 늘 먹던 것이었고 특별하게 먹은 것은 오직 햄버거뿐이었다.
트림을 할 때마다 고기의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 후로 물 설사를 한 바탕했다.
온몸에서는 기력저하와 함께 엄청난 오한이 밀려왔다.
출근을 해야 하는지라 정신을 차리고 집에 있던 약들을 챙겨 먹고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했다.
환자를 한 번 보고 화장실을 갔다 오고, 환자 또 한 명 보고 화장실을 갔다 오곤 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고 오한과 전신 근육통, 열이 있으니 환자들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어제는 환자를 보면서도 죄송했다.
나는 명상과 EFT(감정자유기법)을 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명상과 EFT를 했다.
힘들지만 눈을 감고 내면으로 들어가 감정을 살핀다.
아프니 가만히 있는 것조차도 힘들다. 몸이 베베 꼬인다. 움직이고 싶고 투정 부리고 싶다.
왜 환자분들이 아프면 가만히 있는 것조차 힘들어했는지 이해가 간다.
다시 참고 명상을 시작한다.
내 내면으로 들어가자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모습은 난리가 나있다.
- 이렇게 아프면 진료 어떻게 하지?
- 환자들에게 미안하다.
- 아 일찍 집에 가고 싶다. 병원장님께 이야기해야 하나..
- 누군가에게 내가 아픈 것 위로받고 싶다. 누가 날 좀 도와줘.
- 적당히 먹다가 기름진 거 알았으면 그만 먹었어야지 왜 그랬어?
- 아냐 맨 처음부터 그 집에서 햄버거를 먹는 게 아니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니깐
- 그런데 그 집은 왜 음식을 그 따위로 하는 거지? 내가 이렇게 아픈데
- 진짜 이거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 이거 햄버거병 아냐? 갑자기 걱정되네...
온갖 생각들이 재잘재잘 거리며 자기들끼리 하고 싶은 말을 내뱉고 있었다.
생각에 맞춰서 내 배는 더 요동쳤다. 지진이 일어난 듯 꾸루루룩 거렸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 떠오르는 것마다 EFT를 시행한다.
'나는 비록 배가 이렇게 아파서 설사를 하지만 나 자신을 깊이 받아들입니다.'
-> EFT 1회
'나는 비록 컨디션이 좋지 않아 환자들에게 미안하지만 나 자신을 깊이 받아들입니다.'
-> EFT 2회
'나는 비록 그 햄버거집에게 열이 받지만 나 자신을 깊이 받아들입니다.'
-> EFT 3회
'나는 비록 햄버거병에 걸렸을까 봐 걱정이 되지만 나 자신을 깊이 받아들입니다.'
-> EFT 4회
반복
.........................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계속해서 몸을 두드렸다.
그러고 나서 깜빡 잠이 든 것 같다. 5분 정도 잠들었을까.
눈을 뜨니 씻은 듯이 배가 안 아파졌다.!
라고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배는 계속 아프고 여전히 꾸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요동 쳤다.
그러나 고통스럽지만 괴롭지는 않았다.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 단순히 음식 잘 못 먹고 생긴 배탈 일 뿐이야'
'며칠 뒤엔 다 괜찮아질 거야.'
'내가 한의사라서 나한테 맞는 약을 먹어서 빨리 치료할 수 있고 얼마나 좋은 일이야'
'햄버거집 사장도 사정이 있었겠지.'
'그래도 참 다행이다. 이 정도로 끝날 수 있어서.'
명상과 EFT의 몸에 대한 효과 측면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는 하루였다.
명상과 EFT는 모든 질병을 치료해주지 않는다.
모든 질병을 이 둘로 치료할 수 있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걸러라.
사이비 종교다.
장염에 걸렸으면 약을 먹어야 한다.
다만,
명상과 EFT는 언급했던 것처럼 아픈 것에 대한 나의 감정적 반응을 안정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대개 몸이 아픈 것은 신체적인 이유와, 정신적인 것이 함께 겹쳐서 온다. 그리고 정신적인 부분이 편안해지면 육체적인 통증을 받아들이는데 편안해진다.
몸은 고통스럽지만 마음은 괴롭지 않게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세상은 내 뜻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진다. 넘어지기도 하고, 어제의 나처럼 뭘 잘못 먹고 설사하기도 하는 것이다.
인생은 예상치 못한 일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그것에서 성숙도가 갈린다고 본다.
내 개인에 있어서든,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든.
이렇게 마음을 바꾸고 나니 짜증 나고 찡그리던 표정이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배가 꾸르륵거리니
'오 뱃속에서 또 한 번 지진이 일어나나 보다. 이번에는 진도 7인가?
아냐 아냐 이 정도면 한 5 정도로 정정해야겠다.'
라고 혼자 속으로 우스갯소리와 농담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햄버거 집에 전화를 한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진단서를 끊어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은 그 사람도 사정이 있었겠거니 생각이 든다.
자영업자인데 나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우리도 세상 살다 보면 한 번씩 뜻하지 않게 문제가 터지지 않는가?
그래도 한 번 이야기는 해야 할 것 같다. 감정이 정리되니 담담하게 말이 나온다.
"어제 햄버거를 먹고 몸살 기운이 있고, 설사를 많이 했습니다. 패티가 문제인지 다른 재료들이 모르겠지만 신선도 관리 잘하셔야 할 듯합니다."
햄버거집 사장님은 연신 죄송하다고 이야기한다. 혹시나 더 문제가 생기면 연락 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래 이렇게 끝이 났다.
어제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단호박
죽을 준비 해놓고 걱정을 많이 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아내와 함께 휴대폰 게임도 조금 하며, 웃으며 보냈다.
그리고 잠을 10시간 정도 내리 잤다.
오늘은 잠을 자고 나니 회복도 많이 하고 어제 관련된 일을 이렇게 글로 쓸 수 도 있다.
인생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뜻하지 않은 일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한테 달려 있다.
나는 명상과 EFT를 통해 예상치 못한 일들을 이렇게 대처하고 있다.
그 힘든 순간들도 우리 인생의 일부이기에 그것들 마저 감싸 안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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