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아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아내는 부쩍 아기들이 나오는 유튜브를 자주 본다. 유튜브에 나오는 아기들은 착하고 예쁘고 말 잘 듣고 귀엽다. 어쩜 그리 말을 예쁘게 잘하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아내가 요즘 빠져 있는 유튜버 태하
아내와 나는 아이를 가질 예정이다.
우리는 아이를 무척이나 낳고 싶다. 우리와 닮은 아이를 보고 싶다. 하지만 그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생각하면 막막하다. 우리 두 사람의 선택으로, 어떠한 존재가 태어난다는 사실과 그 책임감은 무겁게 다가온다.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는 원장님 건너 건너 사람의 부잣집 자녀 다섯 살짜리 아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서울 부잣집에 태어난 외동 도련님이다. 너무 풍족한 상황에서 부모님들이 오냐오냐 키운 탓일까. 아이는 벌써부터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유치원에서 말썽을 부리니 엄마가 매일 같이 유치원으로 등교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을 자주 하는데, 오죽했으면 아이를 돌봐주시는 이모님이 속이 상해서 XX이는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 말을 잘 알고 있다며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소황제의 등장이다.
우리 부부가 낳을 아이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 컸을까?
먼저 나는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커왔는지 생각해본다.
내가 대단하게 위대한 인물이 된 것은 아니지만은 지금껏 험난한 세상을 요령껏 행복하게, 재밌게, 충실하게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가난했었다.
(GOD 노래 가사가 떠오르는데..?)
내가 어렸을 적 어머님은 나를 업고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고 한다. 인형 눈 붙이기, 박스 접기, 세차장 알바, 치킨집 알바 등등.. 아버지도 안 해본 일이 없으셨다. 아버지는 너무 일을 열심히 하시다가 결핵을 앓으셨다.
하루는 형과 내가 피자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피자를 사줄 돈이 없으셨다고 한다. 그 흔한 냉동피자 한 판을 살 돈이 없었다.
어머니는 집에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서 우리 형제에게 식빵피자를 만들어주었다.양파, 햄을 짧게 썬뒤 케첩에 볶아양념장을 만든다. 그리고 식빵에 잘 바르고 위에는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 뒤에 구워 먹었다. 나는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도미노 피자, 미스터 피자, 노아이디어 피자 .....지금 온갖 브랜드피자가 있지만 때론 나는 엄마의 그 식빵 피자가 그립다.
제대로 된 피자 하나 사 먹기 어렵던 우리 가족은 어머니, 아버지가 자영업 쪽으로 직업을 바꾸시면서 집안의 살림이 나아지게 되었다.
집안이 조금씩 풍족해지는 게 보이자, 어느 날은 어머니가 너무 기쁜 나머지 내가 좋아하던 텔레토비 인형을 사 오셨던 것을 기억한다.
보라돌이 인형이었다. 인형을 가졌다는 느낌보다 그걸 사 오시며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어머니의 밝은 목소리가 더 기억난다. 어머니가 웃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행복했다. 그걸 사 오셨을 때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어렸을 적 우리 집이 풍족하지는 않았어도 항상 부모님께 사랑을 받았던 기억 밖에 없다.
어머니는 알바를 갈 때 자전거를 타고 가셨었는데, 나는 그 뒤에서 어머니 허리를 꼭 잡고 있었다. 자전거를 탈 때 맞던 기분 좋은 바람, 덜컹거리던 느낌.
지금도 언제나 나에게 많은 사랑을 주고, 내가 가는 길을 언제나 믿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살아온 과정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돌아보았지만 아직 뭔가 부족한 게 느껴진다.
부모님이 나를 키웠던 상황과 내가 아이를 키워 나갈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환경이 다르니까... 운이 좋게도 내가 어렸을 적 겪었던 가난만큼 나의 자녀는 겪지 않을 것이다.
2년 전의 영상이고, 그 당시 광교 S클래스에 살고 있었고, 반포 원베일리 입주권이 있으셨다. 지금은 반포 원베일리에 입주하셨겠다. (30평대 원베일리는 현재 60~70억 정도 추정... 근데 계속 올라가는 그들만의 리그인 아파트....)
이 분은 어마어마하게 근검절약하시고 집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으셨다.
치킨은 1년에 한 번 드신단다. 집안에 쇼파도 없다.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으니 자녀들에게도 장난감을 함부로 사주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녀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근데 물론 장난감을 많이 사 줄 수 있었겠죠. 근데 제가 지금 아이를 지금 키우고 있는 입장이지만 해보니까 좀 웃기는 표현인데, 아이는 결핍이 있을수록 상상력이 무한해져요. 장난감으로 아이들이 행복해할 것 같지만 아니에요 굉장히 금방 시들해져요 "
아... 이거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정리가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 겪은 삶, 내가 오늘 들은 5살짜리 서울 부잣집 아들의 삶, 내가 키울 자녀의 삶.
그 모든 삶을 설명할 수 있는 한 문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렸을 적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지지 못했다. 나의 부모님은 그 당시에 사줄 여력이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을 겪었기에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는 끈기와 인내와 상상력을 얻은 것이다.
5살짜리 서울 부잣집 아들은 아마 부모님이 너무 사랑하기에 결핍이란 것을 모르고 자랐을 것이다. 그러니 그 자리에 끝없는 불만과 떼씀 만이 남았을 것이다.
러셀 TV 나온 한의사분은 아이들에게 무한하게 베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인위적으로 결핍을 만들었다. 결핍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상상력을 발휘해 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내와 끈기를 배워나갈 것이다. 아마 어머니처럼 따님도 똑 부러지게 잘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혼자 주제넘게 자녀에 관한 결론을 지어보자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2가지라 생각한다.
첫 번째는 충분한 사랑이다. 부모가 언제나 너를 믿고 응원한다는 무한한 신뢰와 사랑만이 아이를 풍족하게 키울 수 있다. 내가 그렇게 받아왔듯이 나의 자녀에게도 그렇게 주려고 한다.
두 번째는 결핍이다. 이는 첫 번째에서 언급한 충분한 사랑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너무 사랑만 주기만 하면 아이에게 모든 것을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더 바르게 성장하려고 한다면 모든 것을 줘선 안된다. 그들에게 상상할 수 있는 여지와 인내를 배울 수 있도록 남겨줘야 한다. 결핍을 경험하는 데에는 진짜 가난해서 그것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위의 한의사처럼 가지고 있음에도 충분히 아이들에게 교육할 수 있다. 본인은 부자이면서 아이들에게 결핍을 심어줄 수 있다.
훌륭한 가정을 만드는 것, 자식을 잘 기르는 것도 정말 큰 과업이라 생각한다.
사업적으로, 커리어적으로 훌륭하게 성공하시는 분들이 자식 농사에서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