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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Dec 18. 2024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다.

일상에 명상 아흔 두 스푼

매주 안부를 주고받던 고령의 친척 분이 계셨는데


일주일 만에 건강이 악화되셨다.


2차 병원으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담당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의식 저하까지 와서 누가 와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매주 통화를 하는데,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정정한 목소리를 가지고 계셨었었터라 더 믿기가 어려웠다.


상황을 보니 원래 기저질환으로 신장도 안 좋으시고, 갑작스러운 폐렴에다가 뇌경색까지 오신 상황이었다.


이럴 경우 한 과목만 전문적으로 보는 2차 병원에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3차 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하는데, 지금 전국 3차 병원의 전공의들이 없는 상태다.


가족 친척들 나 또한 아는 인맥 모두 총 동원 하였으나 3차 병원의 자리를 받아 내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대 교수가 자기 부모님도 입원시키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본인이 외과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이며, 아들이 제주도 국회의원인데도 응급실 뺑뺑이를 하다가 돌아가신 사례가 있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55905.html


인맥을 동원하여 알아보았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의사 선생님들은 전부 다 사직 전공의였다.


그래도 친척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인맥을 동원하여 다행히도 어떻게 연이 닿고........


때마침 퇴원하는 환자도 있어서 대학병원에 자리를 구하게 되었다.


신장수치가 정말 높아서 바로 투석을 시행을 했는데 이제 조금씩 의식도 차리고 몸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셨다고 한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은 모두 다 한 것 같아 아내와 나는 한숨을 돌렸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다.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한 번 더 느낀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대화를 나누던 분이 순식간에 의식 저하가 와서 3차 병원으로 전원 갈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죽음과 질병 앞에 서 있노라면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은 하찮아 보인다.  


그리고 타인과의 아주 자질구레한 갈등들도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우리는 죽음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


알랭드 보통은 그의 유명한 저서 '불안'에서 바니타스 미술을 언급한다.


Vanitas는 헛되다는 뜻을 이야기한다. 이 그림은 주로 대조적인 것을 보여준다.


꽃, 동전, 기타, 만돌린, 체스판, 월계관 포도주 병들이 보인다. 이것은 천박과 세속적 영광의 상징들이다. 이런 물건들 가운데 죽음과 짧은 생명의 중요한 상징 두 가지가 놓여있다. 두개골과 모래시계다.
이런 작품들의 목적은 모든 것이 헛되다는 생각으로 그 소유자를 우울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사랑, 선, 신실, 겸손, 친절 등의 미덕에 좀 더 진지하게 관심을 가질 자유를 주었다는 것이다.




죽음과 질병에 관한 것들은 우리가 언급하기 싫어하는 것들이다.  마주치기 불편한 것들이니까.


해골 그림은 보기만 해도 섬찟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심지어 우리 모두는 자기의 종착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우리는 내일도 죽지 않을 것이고 모레도 그 뒷 날도 죽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한다.



죽음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현재의 '삶'을 더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내가 타인에게 조금 기분 나빴던 것


내가 웅켜쥐려고 하는 것


지금 내가 스트레스받는 것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돼버리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고 난 뒤에 남는 감정의 찌꺼기들이 '죽음'이라는 화두를 대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더 나아가 내일 내가 죽는다면 내가 지금 하는 행동들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그냥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


원한을 가진 인간관계가 있다면 그것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은 일인가?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들은 무엇인가?


죽기 마지막날 나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아마 죽음 앞에서라면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른 행동을 취할 것이다.



죽음을 화두에 두고 내가 실제로 죽어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주변에 아내와 내 자녀들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고


주변의 가족, 친구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P.S 지금 현재 상태에서 정말 아프시면 안 됩니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아들이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병원을 못 가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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