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22
"회원님~! 다리에 힘을 더 빼셔야 해요!"
카랑카랑한 수영 강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물속에서도 울려 퍼진다.
이 물속에서 유일하게 나아가게 하는 동력은 발목 밖에 없는데, 줄에 꼬인 듯 낯선 손이 내 양 발목을 잡아 챈다. 억지로 내 발차기를 천천히 만든다. 그 바람에 발이 어색해져 꼬인 나는 일어서고야 만다. 어푸.. 어푸.. 방금 수영장 물을 한 바가지 또 마셨다. 이렇게 물을 마실 줄 알았으면 오늘 삼다수 배송 안 시켜도 됐었는데...
물안경 속으로 고인 물이 들어와서 눈에 보이는 것들이 반사되어 일렁거린다. 검은색 잠수복을 입은 젊은 수영 강사의 얼굴이 더욱 확대되어 보인다. 반사되어 일렁거린 탓일까. 아니면 원래 그녀 눈이 이렇게 컸던 것일까 그녀의 확대된 동공이 더욱 크게 보인다.
"회원님~ 힘을 더 빼셔야 더 쉽게 나가고 지치지 않을 수 있어요. 급하게 하실 필요 없습니다. 얼른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수경에 고인 물을 빼고 다시 착용한다. 수경을 좀 더 꽉 조인다. 힘을 빼리라! 굳은 다짐을 하면서, 새파란 키판이 내 생명의 밧줄인 듯 꽉 잡고 나는 발차기를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주변에 거대한 파도가 일어난다. 수영장 레인 부표가 내 파도에 흔들거린다. 얼마 못 가 제 풀에 지친 나는 다시 일어선다. 어푸.. 어푸.. 배가 참 부르다. 오늘은 야식은 수영장 물이다.
최근에 수영을 배우고 있다. 예전에 어렸을 때 호흡 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서 키판 잡고 발차기하는 것부터 하고 있다. 하지만 힘을 빼는 게 쉽지가 않다. 문득 오늘 명상을 하면서, 호흡 집중 명상을 하면서 호흡을 관찰하려고 노력은 하되,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수영할 때 힘 빼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비단 수영, 명상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