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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Feb 08. 2024

명상은 기록을 해야만 합니다.

명상 관련 무수히 많은 책을 읽은 끝에 나의 결론은 


명상을 꾸준히 하고 싶었다. 평생 살아가면서 하고 싶었다. 이것이 내 인생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명상은 인생 전반에  플러스적 요소가 가득하고, 마이너스 요소는 시간뿐이었다. (운동과 비교되지만, 운동과 비교하여 압도적인 장점 하나는 부상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습관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명상을 하고 나면 좋았지만, 그것을 시작하는 것은 꽤나 힘든 과정이었다. 


이때의 명상할 때의 느낌은 이랬다. 


명상을 하고 나면 좋은 것이 느껴지는데, 하고 난 뒤 내일만 되어도 내가 어제 명상하고 어땠었지?라는 의문이 맴돌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제 자리를 뱅뱅 도는 듯하게만 느꼈다. 


사실 어제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그제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을 해보려고 하면 가물가물하다. 최소 한 시간 동안 맛있게 먹은 음식을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짧게 10분에서 15분 동안 했던 명상을 기억을 잘하려고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어불 성설 아닐까.


 많은 방황을 했다. 습관 관련 유튜브, 책들을 찾아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명상은 내게 그 곁을 그리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Sati (사띠)


알아차림이라고 한국에서 번역이 되고, 서구에서는  mindfulness라고 번역이 되는데, 이 문자의 그대로의 뜻은 기억한다는 것이다. (념 念)


무엇을 기억하느냐? 마음이 방황하더라도 내가 여기서 명상하고 있었음을, 여기서 호흡을 관찰하고 있었음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나의 명상 과정을 한 번 돌이켜보자


1. 호흡을 관찰한다. 

2. 문득 오늘 있었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환자를 치료하다가 환자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던 장면이 떠오름. (대개 긍정적인 것들이 잘 떠오르지 않고 부정적인 것들이 쉽게 떠오른다. 수십 명을 무난하게 넘어갔어도 한 명의 케이스가 오래 기억이 남는 법이다.)  

3.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내일 와서 컴플레인을 세게 하면 어쩌지... 

4.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펼치고 그에 파생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5. 아 잡생각을 하고 있었지 알아차린다.(기억, Sati)  -> 다시 호흡으로 돌아온다. 



21년 1월 명상에 관해서 여러 자료를 공부하던 시기 Sati의 어원을 공부하며 이런 생각을 한다. 


"명상할 때 잡생각도 알아차리는 것이 사띠라면, 명상 전반에 과정에 대한 것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명상할 때 많은 생각들이 일어나고 그것에 감정이 수반이 되어서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기억은 한계가 있기에 그 순간이 지나가 버리면 명상 순간의 생각, 감정들은 다시 없어져 버린다.  


그러니 이 생각과 감정들을 기억(念. sati)해야지 명상이 잘 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명상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알아차림이다.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이와 같이 결론을 내렸다. 


 상은 하고 바로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반쪽자리 명상이 뿐이다


그리고 바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21년 1월 초에 첫 글이다.


https://blog.naver.com/yahaha4/222219899074




그리고 거의 100일간 매일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지속적으로 명상을 시행하고 내 마음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내가 명상을 이렇게 하는구나.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꾸준히 기록을 하게 되자,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명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기다려지게 되었다.


첫 번째로 명상을 하는 시간을 기록하면서, 명상시간이 늘어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로 내가 이런 생각, 고민들을 지금 하고 있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세 번째로 며칠 전, 그 며칠 전에 했던 걱정과 고민들이 걱정할 만한 것들이 아니었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네 번째로 내 생각들은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에 그리 집착했던 것들도, 며칠 후에 돌이켜보니 그리 집착할 만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받아들이니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도 유연하게 받아 들 일 수 있게 되었다. 


기록을 통해서 내 마음을 한 단계 더 관찰할 수 있었고, 이때 나는 명상을 하면서 처음으로 '재미있다'라고 느꼈다. 



결론은 '기록'에 있었다.







기록을 통해서 내 명상 실력이 좋아져,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결론을 내리면 좋겠지만......


역시나 그렇지 않았다. 기록을 꾸준히 해 나가며 명상을 하며 한 단계 도약했지만.. 한쪽이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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