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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Feb 01. 2024

명상을 많이 안다고 평안해지는 것은 아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한적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공기가 맑은 곳, 신선한 회와 대게가 있는 곳.


나는 '숨 쉬는 땅, 여유의 바다'가 있는 곳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다. 자연을 벗 삼아 운동을 하고 파도가 보이는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공중보건의 삶을 떠올리면 항상 평안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강렬한 기억 하나가 스멀스멀 떠오른다. 


동기들을 '여유가 있는 바다'로 불러서 함께 술 한잔을 기울일 때였다. 


차로 5~6시간을 걸려 내가 있는 곳까지 도착한 친구들은 피곤에 지쳐 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맛있는 회와 고기로 대접했다. 일차에서 갈빗대에 노릇노릇하게 익은 고기 한 점과, 소주에 친구들은 적당히 취했다. 그리고 회를 포장해서 나의 관사에 도착해 본격적인 이차를 시작했다. 


 서로의 잔이 부딪히고, 얼굴이 붉어지며, 서로의 옛이야기로 분위기는 리듬을 탄다. 깔깔거리면서 웃다가 정치 이야기, 사는 이야기로 주제가 자연스레 넘어간다. 이때는 한 참 내가 명상 책들을 읽고 있을 때였으므로, 명상 관련 주제로 넘어갔다. 


 이때 나는 명상'뽕'이 제대로 차 있었으므로 마음 챙김의 어원에 대한 것, 마음 챙김을 누가 만들었는지, 마음 챙김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들여왔고 어떤 학회가 설립되었는지, 그리고 최근의 연구 동향은 어떠한지 등등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한동안 내 이야기를 친구들이 흥미롭게 들어주며 질문했고, 나는 신이 나서 질문들에 대답을 했다.

 

그러다가 한 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형이 명상에 관심이 많은 건 알겠는데, 명상하고 나서 형은 어때 더 행복해?"


 이 말을 듣고 잠깐 멈칫했다. 


 "아 그럼 편안하지......"

 

 열변을 토하던 목소리와 다르게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나는 서둘러 화제를 전환했다. 


 "내가 말이 너무 길었다. 명상에 빠져 있다 보니 너희들 말을 못 듣고 나 혼자만 이야기했네 하하, 맥주 한 잔 더 하자." 


그 뒤로 저 질문 하나가 내 뇌리에 박혀서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명상에 관해서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데 나는 정말 행복하고 평안한가?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며 명상에 관한 여러 책들을 읽었다. 


 전 세계에 '마음 챙김'이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이자, 명상의 대중화 프로그램을 만든 존 카밧진. 그가 MBSR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었다. 그리고 그의 명저 


왜 마음 챙김 명상인가 (원저는 wherever you go, there you are)

- 마음 챙김 명상과 자기 치유 상, 하 (원저는 full catastrophe living)


나를 명상의 세계로 인도 해준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


이 책은 내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한국명상학회의 창립멤머 故장현갑 선생님의 저작이다. 장현갑 선생님은  존카밧진의 MBSR을 한국으로 들여와 K-MBSR을 만들었다.  


그리고 명상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샤우나 샤피로 박사의

- 마음 챙김

(원저는  Good morning I Love you.이다) 


헤드스페이스 창립자로 알려진 파란 눈의 스님 앤디 퍼디컴의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상 지도자 잭 콘필드의 


처음 만나는 명상레슨 



이것 말고도 많은 책들을 읽어보았다. 자연스레 명상에 대한 지식은 많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피를 토하며 열변할 수 있었다. 아니 열변을 토하는 날을 기다렸는 지도 모르겠다. 나 이만큼 책 읽었으니 제발 누군가 나와 이야기좀 해줘! 라고.


정작 명상은 꾸준히 실천하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명상을 내가 직접 수행하는 것보다, 명상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었다. 어떤 명상법이 있고, 명상이 어떻게 연구 진행되고 있는지, 이것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내가 명상을 실천하지 않았으므로 내 삶이 바뀌지는 않았다. 

운동에 비유를 들어보겠다. 축구에 관심 있는 두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한 사람은 축구를 잘할 수 있게 되는 훈련법들만 공부하는 사람인 것이다. 손흥민식 방법으로는 이렇게 훈련을 했고, 차범근식 방법으로는 이렇게 훈련을 하고, 호날두식으로는 이렇게 훈련하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잘 모르더라도 여러 번 공을 실제로 사람 



누가 공을 차겠는가? 

(물론 공부도 하고 공을 차는 사람이 제일 잘하겠지만..) 


 결국에는 내가 공 차는 것을 지속적으로 해봐야지 축구를 잘하게 된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명상의 궁극적인 결론은 마음의 평화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매일 명상을 수행 정진 해야 한다. 명상의 수행법만 공부한다고 해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본질은 이렇게 간단한데, 이때의 나는 왜 명상을 실천하지 않고, 책만 주야장천 찾아봤을까? 


 매일 수행 정진하는 것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전 글에서 양치질하듯 명상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놓았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알고 있다. 습관이 되어 있지 않는데, 눈을 감고 내 마음을 관찰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대신에 명상 관련 책을 읽음으로써 지식을 얻으면 내가 명상을 하지 않더라도, 명상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으니, 자기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명상 수행을 안 할 수 있는 방어기제 라고 할까나?


결론적으로 내 마음 심리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이성적으로 나는 명상이 나에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 하지만 명상을 매일매일 한다는 것이 힘들고 하기 싫다

 - 그 대신에 명상에 대한 책을 읽음으로써 명상을 안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상을 취하려 한다.

 - 이 정신 과정을 내 친구의 질문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명상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그것을 내 삶에 꾸준히 적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는 결국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이 훌륭하네, 손톱 모양이 어떻네, 주름이 어떻네 하는 꼴임을 알게 되었다. 


아주 솔직한 질문을 해준 친구의 덕에 나의 모순을 알게 되었고, 진짜로 중요한 것은 명상의 실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는 명상을 제대로 있게 방법을 궁리하게 되고 그 방법을 통해 실제로 1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명상을 하며 습관화하는 데 성공한다. 




P.S  문득 글을 쓰며 이는 비단, 명상뿐만 아니라 최근에 화두 되는 자기 계발 중독과 비슷한 과정을 내가 겪은 게 아닐까 한다. 자기 계발 책을 읽어서 내 삶에 적용시켜야 하는데, 자기 계발 책을 읽는 것에 중독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계발 책을 읽으며 더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보며 위안 삼고, 자기 계발 책만 주야장천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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