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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Feb 22. 2024

하루 종일 명상만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흡, 흡, 흡, 흡, 흡, 흡 흡..... "



나는 거칠게 코로 숨을 내뱉고 있다. 


 외부의 공기는 양 콧구멍으로 달음박질치며 황급히 들어와 배를 가득 채우자마자, 다시 쫓겨 나간다. 들어올 때보다 더 많이, 세게 나간다. '흡' 그 와중에 내 복부는 강하게 수축하고, 내부의 장기가 쪼그라든다. 밥을 가득 먹고 100m 전력질주를 하는 것처럼 복부는 계속 켕긴다. 


 여름 깊은 산속 새벽의 법당의 공기는 서늘하다. 옆에서도 훕, 훕, 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든 사람들의 코 고는 소리도 들린다. 코 고는 소리와 흡, 흡, 하는 소리가 하나의 박자가 되어 장단을 이루고 있다. 


 앞에서도 명상 지도자 선생님의 '흡, 흡, 흡..'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호흡은 빈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으며,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다.  호흡 속에 묵직함이 느껴진다. 그녀가 이렇게 까지 호흡을 하는데 이 호흡을 얼마나 오래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마치 용광로에서 바로 나온 강철을 여러 번 두드려 단련하듯 그 호흡도 그렇게 단련되지 않았을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정뇌(整腦)' 호흡이다. R급 명상지도자 지도하 한국명상학회 새벽 철야 명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었다. 


 호흡은 흡흡 하고 있지만 여러 생각과 열린 감각들에 주의가 간다. 다른 사람의 코 고는 소리, 옆 사람이 호흡하는 소리, 지도자 선생님의 호흡하는 소리, 내 다리 감각의 저림, 약간의 서늘함, 배의 켕김... 이런저런 생각들이 넘나 든다. 


 -잠이 온다.. 철야 명상 하지 말고 그냥 잘 걸 그랬나..?

 -다른 사람들은 자고 있네 

 -내 바로 옆에 앉으신 분도 정뇌 호흡을 잘하네... 

 

잡생각에 빠져 있을 때는 희한하게 호흡이 고르지 않다. 잡생각을 했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내 호흡으로 돌아온다. 

 

 여러 생각들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을 시작한다.


 "흡.. 흡.. 흡.. 흡...."


바로 그때.....


 정신이 아득하게 맑아진다. 나는 내 호흡이 어떻게 들어갔다 나오는지 지켜보고 느낄 수 있다. 눈을 감고 있지만 사방의 시야가 트여 밝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 소리도,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직 내 호흡만을 느낄 수 있다. 공기가 코를 통해 들어갔다가 뱃심으로 나간다. 외부에 관한 생각은 모두 차단되고 나는 내 내면과 내 몸 안의 감각만을 인지할 수 있다. 


 '아 이 순간을 위해 이렇게 명상하는 거였구나.' 





작년 하계 명상학회 집중수련회 철야수련에 경험했던 것이다. 이것을 경험했을 때 순간만은 생생하게 느껴진데,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마치 지금 겪은 것처럼 그 순간과 연결이 되게 느껴진다.


어떤 공간과 시간인지도 인지할 수 없었고, 오로지 내 호흡만 관찰할 수 있는 지극히 고요한 시간이었다. 이 기억은 내 평생에 하나의 기억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명상을 매일 10분, 15분, 20분씩 하게 되면 습관화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속해 나가다 보면 이것에도 한계는 있고, 어느덧 매너리즘에 빠지 듯이 그냥 명상을 하게 된다. 


이때 임계점을 넘어서 장시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하루종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참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학회의 도움을 받아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해 보는 것이다. 


한국명상학회의 경우 일 년에 두 번 동계집중수련회와 하계집중수련회를 개최하는데, 나는 일 년 중 이때의 시간이 기다려진다. (이번에 동계는 일정으로 못 갔지만 ㅠㅠ) 항상 할 때마다 새로움이 있고, 명상을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그립다.


집중 수련회를 갔다 오고 난 뒤 긍정적인 측면들은 다음과 같다.


"첫 째로 새롭게 배운 것을 내 일상생활 루틴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정뇌호흡은 내가 접해보지 못한 호흡법이었다. 지도하신 선생님이 요가원을 운영하시는 분이었는데, 요가의 호흡법 중 하나라고 한다.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할 때 정뇌호흡을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 그래서 매일 1분~2분 정도 정뇌호흡을 하려고 한다. 집중수련회를 다녀오고 나서 내 명상 루틴에 약간의 변화를 주게 되었고, 머리를 맑아지게 하는 나의 루틴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교류를 통해 나의 명상 습관이나 궁금증들을 해소할 수 있다."


지도자 선생님을 통해 슈퍼비전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집중수련회에서 마련된 멘토링 시간을 통해, 직접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 선생님과 수련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이 시간이 참 값지다. 이때는 평소 명상하며 가졌던 많은 궁금증들을 해소할 수 있었고 공부 방향도 정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임계점을 돌파할 수 있다."


개구리를 투명 유리통 안에 넣어 놓고 살게 하면, 유리통이 없어지더라도 그 정도 높이 밖에 못 뛰게 된다고 한다. 항상 10분, 20분 명상을 하고 멈추다 보면 나의 사고 한계가 10분 20분 길어야 30분 이런 생각 밖에 못하게 된다. 하지만 잠이 오는 시간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명상을 한 번 마치고 나게 되면, 한 시간 명상도 해 볼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임계점을 돌파하는 경험이 값지다. 



"네 번째로 그냥 명상을 많이 해보면 평안하다."


여러 차례 집중수련회를 다녀오고 느낀 바는, 다녀오고 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는 것이다. 일정은 위에서 보다시피 전부 소화하기 쉬운 일정은 아니다. 하지만 저 스케줄을 온전히 소화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게 오랫동안 유지되다가 희석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게 희석되어 약간 목마를 때 즈음 다시 집중 수련회에 참석한다. 



매일 꾸준하게 습관화되어 있고 명상을 혼자 하시는 분들은 한국명상학회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명상에 한 번 흠뻑 빠져보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한다. 여러분  명상 경험에도 값진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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