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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풀 Feb 29. 2024

저기요, 너무 애쓰지 마세요.

페이커와 명상을 통해 배우는 일상의 태도.

페이커는 E-sports LOL(league of legends)이라는 게임에서 최정상급 선수입니다. 


작년 11월 롤드컵에서 우승을 하고 난 뒤 그의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열고자 합니다. 


Q. 롤드컵 우승 전부터 승패에 관계없이 감사함을 표했다. 이런 마인드가 우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지

페이커 : 승패에 신경 쓰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을 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느꼈고, 이렇게 경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경기력이 좋아지기도 했다. 0:3으로 패배했을 때를 상상하기도 했는데 그때도 웃을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런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출처 : 경향게임스(https://www.khgames.co.kr)

 

 E-sports의 세계는 그냥 sports 세계처럼 냉정합니다. 선수들은 컴퓨터에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사이버 세상은 '전쟁터'입니다. UFC나 권투처럼 실제는 아니지만, 각자의 대리인(게임상의 캐릭터)으로 죽고 죽이는 사투를 벌이는 것이지요. 실제로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도 캐릭터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물론, 팀의 승패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권투에서 스텝 한 번 잘 못 밟으면 KO 당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몰입을 해야 하고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우승을 해야 해'라는 생각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오히려 힘이 더 들어가고 무리한 판단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승을 향한 강한 집착이 순간의 과정을 뒤 흔들게 되고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페이커는 2017년 0:3으로 처참한 패배 후 우승을 하지 못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는데... 이 장면과 2023년의 인터뷰는 많이 대비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2017년 우승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페이커/대문사진


 결론적으로 무언가를 지나치게 애써서 갈구하려는 행동이 그것을 못 가지게 합니다. 


 제 경우에 빗대어보면, 저는 현역으로 한의대에 오는 것은 실패를 했습니다. 고3시기를 돌이켜보자면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의대에 오고 싶어 간절히 집착을 했습니다. 수 없이 많이 시험을 치는 장면들이 기억납니다. 근데 그 장면은 영화장면처럼 생생하지요.  시험을 치는 도중에, '시험을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상상을 자주 했다는 것입니다. 내가 실패를 했을 때의 장면을 떠올렸고 오지도 않은 미래의 좌절감을 현재에서 자주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현실이 되어버렸지요. 당연히 시험을 잘 칠리 만무 했고, 한의대에도 떨어졌습니다. 그 걱정을 할 시간에 잘 안 풀리는 문제에 집중하기도 버거웠을 텐데 말입니다. 


 현역 대입은 실패를 하고, 교대를 다니면서 무휴학 반수를 했습니다. 신기하게 그때 공부할 때는 도리어 마음이 편안했는데요.  '망해도 내가 갈 곳은 있다.'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부정적인 에너지가 감소했습니다. 모의고사를 치면서도 집중이 잘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교대를 다니면서 수능 공부를 하는 과정 자체가 힘들었지만, 공부를 하게 되면 집중이 잘 되었고, 결과적으로 한의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안정적으로 된 저의 감정이 한 몫했을 거라고 봅니다. '간절히 한의대에 입학했으면 좋겠지만, 혹여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나는 괜찮다.'를 생각하며 공부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졌기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명상을 하면서도 이와 동일한 과정을 겪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괴로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명상을 만났고 명상을 즐겨하게 되었습니다. 초반에 명상을 할 때 신나고 재미있게 했죠. 


특히 명상을 시작한 초반에 신기한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명상을 마치고 난 뒤 눈이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이 가벼워지고, 몸이 따뜻해지는 것들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연구 논문 결과까지 확인해보니, 명상을 한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심혈관계 질환등도 잘 걸리지 않더라. 심지어는 노화까지 방지해 주더라.라는 것들도 알게 되었죠.


 (초반에는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명상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내가 명상을 해 나갈 동기 부여가 생기고 꾸준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습관이 만들어지고 나서 저는 명상을 하기보다, 명상의 결과에 집착을 하고 있었습니다. 몸을 더 가볍게 만드려고, 더 건강해지려고, 더 행복해지려고 명상을 시행하고 있었고, 그 목적이 잘 달성되지 않으면 

오히려 명상을 잘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질책하고, 더 열심히, 더 굳건히 정진하려고 온몸에 힘을 주고 애썼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명상을 더 싫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명상을 한다는 것이 하나의 시험처럼 여겨지게 되었고, 제대로 하지 못한 저를 힐난하게 되었지요. 자연스레 명상하는 것이 거북해졌습니다.


 이때 다시 명상의 대가들은 어떻게 대처했나, 책을 통해 찾아보았습니다. 저는 두고두고 보는 책이 존카밧진의 마음 챙김 명상과 자기 치유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앉아, 명상을 하면서 '나는 이완하려고 하고 있다, 깨달음을 얻으려 하고 있다, 내 아픔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고 있다'는 등의 생각을 하면 마음속에 '나는 지금 어디론가 가야만 해'라는 생각이 개입하게 되고 그러면 그 생각과 함께 '나는 지금 올바르게 행하지 못하고 있어'라는 생각이 따라온다..... 이러한 태도는 마음 챙김 수련을 위태롭게 한다. 마음 챙김은 무엇이 일어나든 오직 그것에만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긴장하면 긴장하는 것에 주의를 모으고, 통증이 있다면 통증과 함께 내가 존재한다는 것에 마음 챙김 하면 된다. 자기 자신을 이러쿵저러쿵 비판하고 있다면 비판하는 마음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된다. 


■명상과 관련해서 당신의 목표를 성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과를 얻으려고 허둥거리는 노력을 거두고 그 대신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를 사려 깊게 보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규칙적으로 수련해 나가면 저절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진행이 바로 당신 안에 내재하고 있는 힘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것이다. 존 카밧진 마음 챙김 명상과 자기 치유 上101-102p, 존 카밧진 저, 2013 



 딱 제가 했던 행위를 그대로 말하고 있어서 이 구절을 읽으면서 참 많이 놀랐습니다. 명상과 관련해서 나의 목표를 성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과를 잊고 순간순간 속에서 나를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것뿐이라는 것을요. 책은 읽는 사람의 감정과 상황이 결합될 때 글자들이 살아납니다. 여러 번 읽었던 구절이지만,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때는 강물처럼 흘러 지나갔습니다. 직접 겪은 상황에서 이 글을 다시 읽으니 눈으로 삼켜 들어온 것처럼 생생하고 가슴속이 서늘하며 시원합니다.   


  인생사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애를 쓰고 집착하게 되면 될 것도 안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페이커님의 말처럼 '결과를 잊어버리고 과정에만 집중을 다하며 그 과정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이것을 기억하며 저는 명상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명상하고 내일도 명상하고 그 다음날도 쭈욱 하려 합니다. 





 P.S.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해서 모든 것들을 힘 빼고 아무렇지도 않게 하라는 말이 아닌 거는 다 아시죠?  될 대로 되어버려라, 놀자라고 하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아예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평가를 아예 안 하는 것과, 평가를 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인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들 이해하셨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덧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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