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소방공무원 친구와의 수다
이름: PS
소방공무원
고3 시절 목표: 경찰공무원
경찰행정학과 중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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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지 얼마나 됐지?
PS
19년 7월 임용이니까.
2년 넘었네. 2년 넘게 했는데 적성이 맞는 것 같아?
PS
나는 적성이 맞아. 왜냐하면 항상 머릿속으로 누굴 구하는 그런 상상을 맨날 하고 그래.
마블 이런 거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PS
다른 말로 영웅이 되고 싶어.
어렸을 때부터?
PS
그렇지. 그래서 경찰 하려 했던 거고.
그러니까. 어렸을 때부터 경찰을 꿈꿨었잖아.
PS
경찰이 공무원이고. 아빠도 경찰이니까.
그 선택 자체는 변화가 없었던 거네. 소방공무원이 됐든 경찰 공무원이 됐든 간에 계속 어렸을 때부터 그 계열을 꿈꾼 거네.
PS
내가 어렸을 때 기억나는 게 유치원 때, 생일 때 앞에 나와서 장래희망을 발표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소방관이라 했던 것 같아.
아 진짜?
PS
그때는 소방차 보면 미쳤으니까. 지금 애들도 그렇잖아?
그럼 지금까지 목표가 한 번도 안 바뀌고 왔잖아. 꿈, 목표 이런 게? 의심이 들었던 적은 없어? 그냥 ‘딴 일을 할 걸 그랬나’ 이런 거
PS
내가 소방 시험에 두 번 떨어졌거든. 그때 약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 한 번은 필기 진짜 아깝게 떨어졌고. 그다음은 실기 떨어지고. 세 번째에 붙었지.
떨어졌을 때 ‘이게 나하고 안 맞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야?
PS
안 맞는 건 아니었고. 맞는데 내가 능력이 부족한 가
안 된다는 느낌.
PS
근데 나야 워낙 자존감이 세기 때문에. 자존감은 킹이기 때문에.
그럼 두 번 떨어졌을 때도 그렇게 충격이 안 컸나 보네.
PS
그렇지. 대신 빨리 들어가고 싶은데 못 붙으면 그게 짜증 나는 거지.
되긴 될 건데.
PS
되긴 될 건데 어차피 될 거 빨리 되면 좋으니까. 근데 보면, 어렸을 때부터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
일단 공무원? 그 이유가 있어?
PS
일단 우리 집이 공무원 집안이고. 공무원은 이제 IMF 때도 큰 타격이 없었으니까. 나라가 약간 흔들려도 안정적이겠구나. 물론 망하면 다 망하는 거지만. 흔들흔들해도 풀칠은 하겠구나.
좀 더 남들보다 현실적으로 본 거네.
PS
그렇지. 물론 더 바빠지긴 했는데 그래도 뭐.
요새 제일 힘든 게 뭐야 그러면?
PS
일단 들어와서 배우는 게 엄청 많아서. 그게 왜냐하면 갑자기 내가 운전할 줄도 몰랐는데. 거의 5톤짜리 소방차를 끌기도 하고. 용기 외우고, 장비 사용하는 거. 이거 저거 계속 배우지.
지금 3년 차인데도 그래?
PS
계속 배우는 거지. 물론 쓰는 거는 다 쓸 줄 아는데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는 거지. 물론 출동 나가서 할 수 있긴 한데 설명할 줄도 알아야 하거든. 다음 주에 내가 평가가 있어서.
그럼 주 담당업무는 뭐야?
PS
내 담당 업무는 회계. 오래 했지 그건.
회계는 시작부터 했던 거야?
PS
원래 시작부터 잘 안 시키는데. 왜냐하면 ㅇㅇ고 졸업해서 그래... “너 ㅇㅇ고야? 너 공부 잘하지? 너 해” 이래서. 또 왜냐하면 우리 팀에 고등학교 선배가 있었어. 9 기수 선배.
좋은 거야 안 좋은 거야ㅋㅋㅋ
PS
맨날 울고 힘들어가지고.
울고 그랬어?
PS
책임이 있으니까. 다른 거야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이건 돈 관련이잖아. 1원이라도 틀리면 안 되니까. 한 3개월은 진짜 힘들었던 것 같아.
설움이 있었네. 혼나고 그랬어?
PS
아 그럼. 혼나지. 일 못하면 혼나야지. 대신 그만큼 나중에 잘하니까.
너는 소방관을 준비해 오면서. 일을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되돌아봤을 때 아쉬운 게 있어?
PS
대학교를 졸업 못한 게 아쉽지. 평생 천추 한이지.
어떤 점에서?
PS
솔직히 우리 고등학교 애들은 그래도 대학을 좋은 데 갔잖아. 재수, 3수, 사수, 오수... 어디까지 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해서들 갔는데. 나는 아예 재수할 생각도 못 했고. 사정 때문에 못했고. 그게 나중에 좀 콤플렉스 같은 게 됐지. 가방 끈 짧은 게.
나 사실 어떻게 보면 대학 졸업 여부하고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는 거잖아. 근데도? 그러면 대학을 졸업했어도 이 일을 준비했을 것 같아?
PS
그렇긴 하지. 어차피 할 거였어서.
어차피 하긴 할 건데.
PS
정작 그때는 소방관만 되면 아무런 욕심이 없다 이랬는데. 막상 되고 나니까... 욕심이 끝이 없어.
네가 경찰 관력 학과였잖아. 그럼 대학을 그만 다니게 된 이유는 뭐였어?
PS
내가 딱 책을 딱 폈는데. 내용이 나하고 너무 안 맞는 거야. 경찰 관련 법, 뭐 이런 내용들이... 그래서 그만뒀지.
그럼 스무 살로 다시 돌아가면 대학 입시 준비를 다시 할 거야?
PS
스무 살로 돌아가면 대학교에 아예 안 가지. 고졸인 상태에서 바로 공무원 준비하고 붙은 다음에 군대를 가야지.
말이 다르잖아. 대학 졸업 못 한 게 천추의 한이라며.
PS
천추의 한이지.
그런데 돌아가면 대입 안 한다고?
PS
응. 대신 내가 수능을 잘 봐야 된다는 전제가 있으니까. 잘 보면 대학교 가겠지만, 어차피 돌아가도 성적은 크게 변할 것 같지 않아서.
뭐 그거 하고 아쉬움으로 남는 거는 또 별개 얘기니까. 그럼 아쉬움이라는 게 나와 맞지 못한 전공을 골랐다가 아니고.
PS
그런 건 아니고
대학 레벨? 아니면 졸업 자체를 못한 거?
PS
대학 레벨. 욕심은 끝이 없어.
(스물 후반에 대한 나이 얘기를 하던 중)
PS
지금은 일자리가 없잖아. 그래서 우리도 30대 중반도 있고. 40살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지금 우리가 그렇게 늦진 않은 거 같아. 왜냐하면 남자가 군대 갔다 오면 한 2년 넘게 걸리잖아. 또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고 중간에 딜레이 있고 군대 갔다 와서도 타이밍 맞아야 하니까. 그렇게 해서 졸업해도 스물일곱이란 말이지. 우리 지금 몇 살이야? 28이잖아. 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뭘 이룰 수 있는 시간이 없지.
이제 나왔는데 뭘... 나오자마자 바로 뭐가 된다면 그건 약간 욕심일 수도 있어.
근데 서른이라는 숫자가 코앞에 있는 나이기도 하잖아.
PS
평균 아닌가?
그렇긴 한데 누군가한테는. ‘나는 30이나 됐는데 해놓은 게 없네’ 이런 느낌일 수도 있으니까.
PS
근데 뭐 재수 한 번 하고. 대학교도 한 두 학기 휴학하면은 거의 28에 졸업하지 않나.
보통 그렇지?
PS
이제 시작한 거지. 이제 병장에서 다시 이등병 된 건데.
넌 그래도 이등병은 벗어난 상태 아니야?
PS
그렇지 일병이지. 일병이 더 피곤한 거 알잖아. 이병은 잘 모르는데 하면 그냥 넘어가는데. 일병은...
그러면 30대가 기대가 되는 편이야? 아니면 걱정이 되는 편이야?
PS
나는 기대감. 왜냐하면 그래도 4년에서 5년에 하면 승진하니까. 그거도 그렇고. 빨리 30이 됐으면 좋겠지. 지금 내가 더 변할 수 있는 게 없어. 일을 잘하든 못하든 큰 잘못만 안 하면 난 끝까지 가잖아. 내가 뭐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러니까. 크게 걱정되거나 그런 건 없어.
그러니까 어쨌든 소방 공무원이긴 해도 공무원을 택한 거잖아. 근데 어른들 잘 모르는 사람들, 그런 말 많이 하잖아. 요즘 애들은 꿈이 없어서 공무원만 하려고 한다고.
PS
그러니까 그건.
그런 표현을 너도 많이 들었을 거 아니야? 들으면 느낌이 어때?
PS
말도 안 되는 말이지. 그때 하고 지금 하고 다르니까. 언제를 얘기하는 거에 따라 다른데. IMF 터지기 전에는 한국 잘 살았잖아. 그때 우리 일자리도 많고. 지금은 일자리 자체가 많이 없잖아. 일자리도 불안정하고. 그래도 공무원은 계속 다닐 수 있잖아.
정년까지는 어떻게든.
PS
정년까지 다닐 수 있으니까. 또 감사하면서 다니는 게 왜냐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더 좋은 직장인 것 같아. 고졸을 어디서 채용해줘. 그게 좋아. 고졸은 진짜 갈 수 있는 데가 많이 없을 것 같아가지고. 그게 현실이고.
고졸이라는 게 너한테 크게 느껴지나 보다.
PS
가끔 대학교 들어갈 수 있는데 없나 보는데. 안 돼. 돈이 없어. 빚 갚아야 해. 차도 다 할부로 사서.
진짜 다 하면 남는 게 없겠다.
PS
이것 빼고. 월세 내고. 담뱃값 한 20만 원씩 나가니까.
담배를 끊는 게 어때?
PS
그럴 수가 없어. 그럴 수 없어. 대신 내가 다른 걸 안 해. 다른 지출은 없어. 잘 놀러 다니지도 않고.
20대는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
PS
아직 20대인데?
어쨌든 지금까지.
PS
만족의 기준을 모르겠네. 난 그냥저냥 인 것 같아. 모르겠어. 정신없이 사는 것 같아.
그래도 잘 살아왔다.
PS
잘 살아왔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어? 어떤 목표가 될 수도 있고.
PS
얼마 전에 화재 나서 손 막 다 잘리는 그런 사고가 있었어. 그런 불상사가 안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
계속 이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PS
건강하게. 그냥 건강하게 사는 게 낫지.
워낙 다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니까.
PS
목숨 걸고 하는 건데. 솔직히 생각해 보면, 목숨 안 걸고 하는 직업이 없는 것 같아. 솔직히 스트레스 이런 것도 보면. 우리는 스트레스가 그렇게 크지 않아. 그런데 일반 기업 다니면 스트레스 엄청 많이 받을 거 아니야. 물론 여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엔 일반 기업이 더 심할 거야. 그런 스트레스도 다 수명 하고 연관돼 있다면. 그 전제라면 다 목숨 걸고 일 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