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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푸팟퐁 커리에 대한 감동은 어디로 갔을까

한 살 아기와 함께 하는 태국여행 삼시세끼 5

by 진양 Mar 27. 2025



족발 덮밥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호텔에서 제일 가까운 빅씨 마트로 향했다.



남의 나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구경하는 재미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여행의 나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인 럭키의 기저귀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미얀마에도 다양한 기저귀가 있지만 대부분 중국과 미얀마 제품이다. 가끔 일본 브랜드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럭키에게 필요한 사이즈의 물건이 부족하곤 했다. 요즘은 그나마 수입품의 수급이 조금 원활해지긴 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아기 기저귀나 분유를 찾아 양곤 아기용품점을 모두 뒤지고 다녔었다.



럭키를 카트에 태우고 마트의 가전제품 코너부터 아기용품 코너, 그리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과자와 간식 코너, 신선 식품까지 마트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아기 기저귀와 동결건조 과자, 농심과 태국 쉐프콜라보한 듯한 신라면, 망고젤리, 딴딴과 N에게 여행 선물로 줄 초콜릿, 그리고 남편과 내가 먹을 각종 군것질거리들이 카트 가득 채워졌다. 어느새 점심 시간이 되어 신선 코너에서 연어초밥도 한 팩 샀다.



점심은 빅시마트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먹기로 했다. 내가 럭키의 파우치 유아식을 먹이는 동안 남편이 엄청난 인파를 뚫고 누들을 사왔다. (푸드코트에서는 카드를 구매해서  결제를 할 수 있는데 다 먹고 나서 카드를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누들은 두 개 다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각자 다른 매장에서 사왔는데 특히 Khamoo phor 4라는 식당에서 사온 족발이 올라간 누들의 국물이 고소하고 짭짤해서 밥 말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 말로는 매장 앞에 미슐랭 마크가 있었다고 한다. 빕 구르망 식당이 아닐까 싶다


양이 좀 적긴 했지만 각각 90바트(3,900원), 75바트(3,200원)로 저렴했다.




연어초밥은 150바트(6,500원)였는데 마트 초밥치고는 연어도 두툼하고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맛도 가격도 훌륭했던 푸드코트에서의 점심!



호텔 방에 돌아와 마트에서 사 온 먹거리들을 펼쳐보았다. 벤또 쥐포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해서 맛 종류대로 사보았는데 맵고 짠 맛이 자극적일 뿐 크게 특색있지 않았다. 맛있으면 양곤에 돌아가기 전에 더 사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망고젤리는 시식을 해보고 샀는데, 시식할 때 먹었던 맛, 식감 달라서 당황했다. 어쩐지 조금 속은 느낌이었지만, 집에 돌아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차갑게 먹으니 먹을 만 했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남편이 본인 먹으려고 사는 줄 알았던 허쉬 아몬드 초콜릿. 그런데 호텔방에 돌아온 남편이 초콜릿을 꺼내들더니 챙겨온 카드와 함께 내밀었다. 그러고보니… 화이트데이다.



이런 작고 귀여운 이벤트라니!



기분좋게 다시 호텔을 나서서 다음 목적지인 센트럴 월드로 향했다. 정말 쇼핑몰에서 시작해 쇼핑몰로 끝나는 이번 방콕 여행.



환전도 하고, 럭키의 옷과 양말도 사고, 여러 아기용품점을 구경하다가 센트럴월드의 푸팟퐁 커리 맛집이라는 솜분 씨푸드로 향했다.


오래 전 남편과 방콕 여행 왔을 때  푸팟퐁 커리로 유명한 맛집을 찾아갔었는데, 급하게 먹었던 건지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건지 먹고 호텔방에 돌아와 다 토했었다. 남편은 괜찮아서 음식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뭔가 아쉬워서 다음 날 한 번 더 가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푸팟퐁 커리와 게살 볶음밥, 그리고 가져온 아기 덮밥 소스와 함께 럭키에게 먹일 흰밥을 추가로 주문했다.




역시 명성대로 푸팟퐁 커리는 흠잡을 데 없이 맛있었다. 다만 처음 태국에서 이 커리를 먹었을 때의 그 감동과 놀라움은 찾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 동남아 음식점이 흔하지 않을 때였고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이국적이고 맛있는 음식이었지만, 이후로 많은 동남아 음식점, 특히 태국과 베트남 음식은 이제 정말 한국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쉽게 가질 수 있는 보석은 그 값어치가 예전만큼 못하다는 당연한 이치가 재미있으면서(또는 맛있는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으니 조금은 만족감도 있으면서) 아쉬웠다.



음료를 포함한 음식값은 1.332바트. 한화 57,000원 정도.



센트럴 월드 맞은편에 있는 빅씨 마트에 가서 첫날 사먹은 동결건조 두리안을 더 샀다. 양곤에 보관하고 있다가 한국에 가져가서 두리안을 좋아하는 언니들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다.



호텔로 돌아와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을 불태울…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아 정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15개월 아기와의 여행,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행복하지만 -딱히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데- 너무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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