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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먹은 5만 원짜리 오믈렛

한 살 아기와 함께하는 방콕 여행 삼시세끼 3

by 진양 Mar 20. 2025




방콕 여행 둘째 날이 밝았다.



낯선 잠자리에서도 럭키는 푹 자고 일어났다.



조식에 대한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호텔이었기에 우린 조식을 불포함하여 호텔을 예약했었다. 전날 아이콘 시암의 마트에서 사 온 한국 햇반을 데워서 양곤에서 가져온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가져온) 아기 덮밥 소스를 섞어 아기 아침밥을 먹였다.



아기가 밥을 다 먹고 난 후 우리는 호텔 근처에 있는 시장으로 향했다. 현지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사러 가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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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아침으로 먹을 음식들을 샀다.



모둠 딤섬, 팟타이, 망고, 떡갈비인줄 알고 샀지만 먹어보니 코코넛 맛이 나는 물컹한 전병, 우리가 아침을 먹을 동안 럭키가 얌전히 먹고 있길 바라며 산 구운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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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컹한 전병은 한 입 먹고 모두 남편에게 양보했다. 새우가 들어간 딤섬이 제일 맛있었다. 팟타이는 만들어둔지 시간이 좀 지난 듯 서로 뭉쳐 떡처럼 되버렸으나 그러려니 하고 먹으니 먹을 만 했다. 달랏에서 먹었던 소금에 찍어먹는 망고의 색다른 맛을 떠올리며 산 덜 익은 망고도 아삭하니 상큼했다. 럭키는 구워서 단 맛이 배가 된 바나나를 폭풍 흡입했다.



이 모든 음식을 다 합쳐서 단돈 110바트에 샀다. 오늘 환율로  5천 원도 안되는 금액이다.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호텔 수영장에서 럭키 물놀이를 시켜주었다. 오늘을 위해 며칠 전에 몰에 가서 유아용 튜브도 구입했다. 처음 해보는 물놀이가 재밌는지, 비가 올 것 같아 방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더 놀겠다며 울어댔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양곤의 콘도에도 수영장이 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일찍 물놀이를 시켜줄걸, 생각했지만 방수 기저귀를 태국에 와서야 구한 사실을 뒤늦게 떠올렸다.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방콕의 또 다른 핫한 쇼핑몰 엠쿼티어로 향했다. 자연친화적이고 고급스런 몰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태국 식당이었다.



오늘은 똠얌꿍을 먹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똠양꿍을 좋아해서 한국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양곤의 태국 음식점에서 자주 먹는 편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정작 원조인 태국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다.



똠양꿍에 글라스 누들을 추가하고 고수는 빼달라고 주문했다.



전날 처음 먹고 반해 버린 쏨땀을 또 먹기로 했다. 여러 쏨땀 종류 중 직원분의 추천을 받아 소금에 절인 달걀이 올라간 쏨땀을 선택했다.



럭키의 점심을 따로 챙겨오지 않아서 게살 오믈렛을 시켰고, 다함께 먹을 쌀밥도 추가했다.



남편은 여느 때처럼 콜라를, 나는 탄산수를 시키려다가 태국의 수박주스를 그리워하는 베프들에게 사진을 보내 자랑할 생각에 땡모반을 시켰다.



음식이 나오자 남편은 아기를 챙기고, 나는 남편을 챙기며 열심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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똠양꿍의 국물은 얼큰 새콤했고, 튼실한 새우가 여럿 들어가 있었다. 커다란 오믈렛 안에도 게살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아이는 게살을 뱉어내고 달걀만 열심히 먹어댔다. 가장 맛있었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 달걀이 곁들어진 쏨땀이었다. 아주 미세한 고수향이 났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새콤매콤달콤아삭, 다채로운 맛이 혀끝의 모든 미각을 즐겁게 했다.



내가 먼저 식사를 끝내고 남은 음식을 남편이 편하게 먹길 바라며 럭키를 데리고 식당 밖으로 나가 조금 놀아주었다. 잠시 후 돌아왔을 때 남편은 식사를 끝내고 이미 계산까지 해둔 상태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나왔는데?”

“그거야 뭐, 쇼핑몰이니까.”


전날 호텔 식당의 가격대 수준이지 않을까 예상하며 대답했다.



“2천밧 넘게 나왔어.”

“엥??”



영수증을 보니 가격대도 보지 않고 주문한 게살 오믈렛이 무려 1200바트 였다. 한화 로 5만 원이 넘는 오믈렛이라니. 비싼 게살이었구나…. 맛있긴 했지만 이 가격인 줄 미리 체크를 했다면 주문하진 않았을 것이다. 가끔 비싼 음식을 먹긴 해도, 식재료와 분위기가 그 값어치를 한다는 전제하였다.



물가가 저렴한 양곤에 살다보니 식당에서 가격을 확인하지 않는 일이 많다. 그 습관이 5만 원 넘는 달걀요리를 먹어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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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176. 75바트. 호텔도 아니고 쇼핑몰 식당에서 점심 한끼에 10만 원 가까이 쓰다니 가성비 좋아하는 인간의 속이 쓰리다. 늘 돈 아끼자, 가성비 좋은 거 사자, 남편에게 잔소리하면서 이런 실수를 하다니 살짝 부끄러워진다.   



몰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체력이 방전되는 것을 느끼며 카페를 찾았다. 오늘은 스타벅스 대신 %아라비카 커피(일명 응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과 럭키가 좋아하는 크로와상, 그리고 남편과 한 입씩 먹을 까눌레를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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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바트. 2만 원이 조금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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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양이 적은 편인데 6천 원이 넘는다. 한국보다 고작 몇 백 원 높은 가격이지만,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월등히 저렴한 동남아일반 생활 물가에 비하면 스타벅스도 아라비카도 모두 비싼 카페에 속다.


그런데 비싸도 맛있는 커피, 내 입에 맞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 양곤에서는 정말 단 한 번도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마셔 본 적이 없다. 게살 오믈렛 때문에 속상해하는 가성비 인간에게 커피만은 예외인 것 같다.



이렇게 쓰니 아라비카 커피가 아주 맛있었던 것같은 뉘앙스인데,  사실 맛을 느낄 여유가 없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아기 럭키 때문에 커피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후다닥 원샷을 해버렸다.



내니 없이 온전히 우리 부부 둘이서만 하는 육아 이틀차, 혈기왕성한 아기 럭키의 체력을 우리 부부는 따라가지 못했다.



저녁에 계획한 야시장에 가기 위해서 호텔방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쉬어야 할 것 같았다.



럭키야, 엄마가 저질체력이라 미안해. 늙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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