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으려는 나
열흘 지켰고 이틀 지키지 못했다. 루틴 이야기다.
내 인생 전체를 보면 열흘과 이틀 작은 시간이다. 버려도 무방하고 사소한 시각. 예전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소중할 뿐 아니라 일분일초가 아깝다. 작은 시간이 쌓이면 미래에 나를 어떤 모습으로 바꿔 놓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리고 허투루 쓰는 시간을 아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고 무의미하게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그래. 그걸 아는 놈이!!! 이틀을 허비해. 아니 헛되이 쓰지는 않았다. 내 루틴 8가지 중 2가지를 지키지 못했다. 냉정하게 보면 안일한 생각, 간절함의 부족과 강박으로 보이는 핑계 아닌 핑계다. 변명과 합리화하려는 게 아니다. 못한 내가 드러났으니 반성하고 점검하려는 차원이다.
루틴은 “나를 찢어 크게 성장하는 프로그램 100일 기적”이라 명명했고, 지키려 발버둥을 친다. 여기에는 건강, 학습, 부 등이 있고 자신 목적에 따라 추가하거나 뺄 수 있다. 처음 루틴을 시작할 때 핸드폰 사용(유튜브 60분 이하)도 어려웠지만, 안보는 습관이 몸에 배면서 견딜 수 있었다. 글쓰기, 독서 그리고 만 보 걷기가 가장 어렵다.
만 보 걷기가 어렵지만 내 일상을 바꿔 놓았다. 같을 길을 가도 멀리 돌아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제자리에 서 있으면 다리는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항상 핸드폰을 챙기고, 잠깐 핸드폰을 놓고 있어도 다리는 쉬지 않고 있을 때도 있다. 남들이 이상하게 보기도 하고 나와 비슷하게 다리를 쉬지 않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도 걷기 중인가 하며 속으로 반갑다. 걷기 습관은 들었지만, 일상생활에 교집합과 비 교집합이 존재해 몸에 배지는 못했다. 즉 걸어야 하는데, 글쓰기 마무리가 안 되어 있든지 또는 책을 읽어야 해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간 분배의 잘못이 아니라 능력 부족이다.
루틴은 오후로 갈수록 체력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일찍 계산서를 치르려고 노력하지만 어려움이 많다. 늦은 저녁 체력방전을 대비해 초반에 많이 걸어놓지 않으면 비상사태가 발생한다. 방전된 상태에서 걸음 수를 채울 때는 다리가 떨어져 나감을 느낀다. 혹자는 내 루틴 “나를 찢어 크게 성장하는 프로그램 100일 기적”을 보고 절대 지킬 수 없다고 단정 짓는다. 그는 새벽 4시 기상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나에겐 별문제가 안 된다.
루틴 중에서 가장 잘하고 싶은 글쓰기와 독서다. 글을 블로그에 올릴 때와 브런치에 올릴 때 차이가 있다. 블로그는 편안했다면 브런치는 부담감이 있다. 그렇다고 블로그에 글을 막 써서 올리지는 않았지만 브런치는 “작가” 호칭이 주어져서 그런지 압박감이 틀리다.
또 나는 글쓰기에 느끼는 무게는 무겁다. 이 무게는 잘하고 싶은 욕심이요, 간절함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그것에 간절한 씨앗을 의도적으로 뿌리 깊게 심었다. 씨앗을 심게 되면 나 자신은 외부환경이라고 말한다. 이때 내 할 일은 단순하다. 씨앗이 잘 자라도록 마음을 비우고 루틴을 묵묵히 수행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남보다 잘하려고, 인정받으려 하니 진전이 없다. 내가 할 일은 물과 영양제를 줄 뿐이란다. 우선 루틴과 나에게 집중하고 내 손과 다리에 힘쓸 때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결과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온전히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라!
골프 예를 들어보면, 골퍼는 멀리 치고 싶은 간절함은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뿐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내재 되어 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안간힘을 쓰고 온갖 도구(클럽)를 교체하지만 멀리 가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이 해야 할 일, 즉 손과 발을 움직여 스윙만 하게 된다면 이루어진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지 않다가 잊고 있거나 내려놓으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각자의 다양한 경험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골프는 알겠고 할 수 있는데, 글쓰기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지 않고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정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하고 지키고 싶다. 자연과 신이 보고 있고 미래 내가 보고 있다면 어떻게 멈출 수 있겠는가. 꾸준히 하고 있으면 이들이 씨앗을 던져줄지 누구 알겠는가. 또 아들을 생각한다면 나는 꼭 지켜야만 한다. 내가 먼저 보여줘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마음을 굳게 되새겨라!!!
#루틴 #니체 #간절함 #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