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P10. 말로는 안 되고 글로 적어야 하는 서러운 곡절 -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작과비평사, 창비시선239)
그렇습니다.
서러운 곡절일수록
말로는
잘
안 되지요.
글로 적어야만 하는
사연이
있는 법입니다.
아마 그래서 시인은
‘제 울음소리를 잘게 썰어 햇볕에다 마구 버무리던 매미’라고
읽어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시인이
소리에 유난히 민감한 것도
그런 까닭일까요?
‘연잎이 빗방울을 통통 튕겨 올리는 소리’라고
한 것을 보면요.
그래요.
글은 결국
소리를 옮긴 것이니까요.
심지어 시인은
강물의 울음에도
귀를 기울이려 합니다.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라고
하면서요.
시인은
울음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같이 울어주어야 한다’라고요.
하지만
계절은
가만히 흘러갑니다.
시인도 그걸 알아요.
그래서
당연히 이렇게
깨닫습니다.
‘꽃잎과 꽃잎 사이 아무도 모르게 봄날이 가고 있었다’라고요.
그러면서도 시인은
계절에 맞추어
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이려 합니다.
‘여치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여치소리가 내 귀에 와 닿기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요.
하지만
소리를 듣는다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어요.
소리를
글로 옮기는 것은
더
어렵겠지요.
그래서 시인은
또 깨닫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끝내 차지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거다’라고요.
그리고
다짐합니다.
‘살아가다 내 정수리에 번갯불 같은 도끼날이 내려온다 해도 이제는 피하지 않으리라’ 하고요.
그리고 또
말하지요.
‘저게 실패라면 당신이나 나나 저렇게 한번 실패해봐야 하는 것이다’라고요.
이제
실패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시인의 결기가
가슴을 칩니다.
그리고 시인은
마지막으로 고백합니다.
‘내 꿈은 내가 가진 것을 다 내주는 것’이라고요.
이거,
글로 적어야만 하는
서러운 곡절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