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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Aug 26. 2024

P12. 오늘도 없는 것들을 위하여 시를 쓴다

   - 이승훈, 《당신의 방》

P12. 오늘도 없는 것들을 위하여 시를 쓴다 - 이승훈, 《당신의 방》(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시인선56)     


   시인의

   ‘오늘도 없는 것들을 위하여 시를 쓴다’라는

   단호한 선언이

   가슴속 깊이

   훅

   들어옵니다.

   그래요.

   세상에는

   ‘있는 것들’을 위한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래도

   ‘없는 것들’을 위해

   시를 쓰는 마음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합니까.

   아마도 그렇게

   없는 것들을 위하여

   시를 쓰는 시인이라서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겠지요.

   ‘새로운 눈물은 깊은 밤에 왔다’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있었겠지요.

   ‘비 내리는 밤 문득 들리는 네 가슴의 시냇물 소리’를요.

   시인의 이 말이

   가슴을 칩니다.

   ‘너의 얼굴은 너의 가슴이다.

   얼굴에서

   가슴을 볼 줄 아는

   시인의 눈이

   참

   귀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시인은

   그래도

   떠나고 싶었나 봅니다.

   ‘어디로 갈 수 없지만 언제나 어디로 떠난다’라는

   시인의 고백이

   내 마음의 소리로

   들리네요.

   그러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시인의

   믿음이,

   고백이.

   그래도

   삶은 계속되지요.

   시인도 잘 압니다.

   ‘일하던 손을 놓고 앞을 보니 봄이 쑥 솟는구나’라고 하는 걸

   보면요.

   또,

   ‘시 짓던 손을 놓고 밖을 보니 님이 쑥 솟는구나’라고 하는 걸

   보면

   시인은 그래도

   이곳에

   희망을 걸고 있나 봅니다.

   그래서인가,

   시인은 기어이

   누구에겐가

   말을 걸려고 하네요.

   ‘기인 겨울이 가고 문득 봄이 왔으니 여보시오 여보시오 내 말 좀 들으시오’라고 하는 걸

   보면요.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그래서

   시인의 이런 고백이

   참 아프네요.

   ‘펑펑 쏟아지는 고독’이라는

   고백이 말입니다.

   이 시인에게 저는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을

   고스란히

   선사해 주고 싶네요.

   ‘그동안 쓴 시를 삼키면서 네가 올 거다’라는

   다짐의 한마디를요.

   그렇지요.

   ‘’는

   어느 날 문득

   돌아와

   문을 열어달라고

   두드리지 않을까요.

   그럼

   아마도

   시인의 말대로

   ‘님은 웃기만 하고 꽃은 피기만 하고’라고

   저도 몰래

   흐뭇이

   중얼거리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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