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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Aug 23. 2024

My Cinema Aphorism_11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1

CA51. 김태곤,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스〉(2024)

   진정으로 탈출하고 싶은 쪽은 인간이 아니라 개들이 아닌지. 이 영화에 나오는 인간의 노력은 탈출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저질러놓은 일에 대한 수습의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것은 탈출이 아니라, 수습이다. 탈출은 가혹한 실험 대상이 되었다가 가차 없이 버려질 운명에 처한 개들의 몫이다. 아마 이 점을 좀 더 명확하게 했더라면 배우들의 연기가 소모되는 느낌이 한결 덜하지 않았을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무사히 속편으로 이어지는 단서가 될 수 있다면, 탈출 고유의 의미가 훨씬 더 확연하게 도드라지는 쪽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CA52. 그레그 벨란티, 〈플라이 미 투 더 문〉(2024)

   이런 이야기는 어쨌거나 과학의 목적과 정치의 목적이 얼마나 다른가를 드러내 보여주는 구실을 하게 마련이다. 이것이 기본값이다. 그들이 달 표면에 무사히 착륙했든 말든,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우리와 무슨 상관인가. 그들은 그저 목적의 달성이 중요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아니, 나의 목적이 아니다.     


CA53. 박선주, 〈비밀의 정원〉(2021)

   사필귀정이 필요한 것인지, 위로가 필요한 것인지, 용서가 필요한 것인지, 인내가 필요한 것인지, 망각이 필요한 것인지, 사랑이 필요한 것인지, 우리는 사실 잘 모르는 채로 살아간다. 그게 인생이다. 비밀이랄 것도 없다. 그러나 저러나, 우리 삶이 어떻게든 계속 ‘살아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살아진다면 마땅히 살아야 한다.


CA54. 코고나다, 〈애프터 양〉(2022)

   SF영화가 과학기술력의 화려한 전시장이 되어야만 할까. 그렇게 화려한 전시장이 되기를 겸손하게 포기하기만 한다면 SF는 인간의 문제를 표현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 남는 것은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보아야 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나아가 애써 보려고 하는 관객이 되는 일, 바로 그것뿐이다. 여기까지 오면 마침내 우리는 인간의 문제를 SF라는 필터를 통해, 또는 그 필터의 도움을 받아 차분하게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선 ‘수리’와 ‘치료’가 서로 어떻게 다르고, 서로 어떻게 같은지부터 생각해 보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릴리 슈슈와 류이치 사카모토.     


CA55. 김한민, 〈한산:용의 출현〉(2022)

   박해일의 이순신을 마음에 들어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순신 최대의 전공인 한산도 대첩이 박해일과 정서적으로, 또는 이미지상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아닌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적어도 나한테는 등신대로 대응하는 느낌은 아니다. 마치 〈알렉산더〉(2004, 올리버 스톤)에서 콜린 파렐의 알렉산더가 그랬던 것처럼. 〈트로이〉(2004, 볼프강 페터센)의 아킬레스(브레드 피트)와 견주어보면 더더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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