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초혜, 《사랑굿1》
P19. 그대 길 떠나면 나는 길이 되고 – 김초혜, 《사랑굿1》(한숲)
실은
이 한마디만으로도
넉넉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대 길 떠나면 나는 길이 되고 밤으로 그대 오면 나는 달이 되리’라는
한마디에
숨길 수 없이
드러나 있는
사랑하는 마음의
깊디깊음을
느껴보세요.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더운 마음을
단 두 단어,
단 두 사물,
길과 달로
이토록
절절히
고백하는 시구가
어디에
또
있을까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인은
매우
겸손합니다.
‘나는 너를 언제나 오역한다’라고
순순히
자백하는 것을
보면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역시
타인임을
시인은
잘
아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사랑싸움은
언제나 이
오역 때문에
벌어지잖아요?
그래서 시인은
숫제 이렇게 권합니다.
‘너도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피차에 아주 낯설은 사람이 되자’라고요.
그렇게
‘다른 사람’이 되고,
그렇게
‘낯설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
사랑은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그래서 시인의
이런 토로가
가슴을 미어지게 합니다.
‘몸이 있어 병이 있듯 그대 있기에 설움 있네’라는 토로가요.
하여 시인은
그걸 가리켜 이렇게 정의합니다.
‘밀어도 다가서려는 진실’이라고요.
그렇듯 기어이
다가오는 그것이
바로
‘네 속에 네가 숨어도 내 속에 내가 숨어도 감추어지지 않는 사랑’이겠지요.
그 사랑을
무슨 수로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왜냐하면
그것은
어쨌거나
‘어둠에서도 빛을 나눌 다사로움’일 터이니까요.
결국 시인은
그대와 나를,
너와 나를
이렇게
독려합니다.
‘서로 비워 환한 우리 시들지 않게 두자’라고요.
그렇게 어떻게든
‘조그만 웃음이 되어 그대 마음에 뜨는 달이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참
아름답고, 뜨겁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