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64
CA316. 김기덕, 〈오늘은 왕〉(1966)
아버지와 아들 간의 대립을 2시간 안에 봉합해 버리는 이상한 관행. 아버지와 아들은 화해할 수 없다. 이 절대 명제를 거스르는 모든 서사는 가짜다.
CA317. 안진우, 〈오버 더 레인보우〉(2002)
멜로가 미스터리 구조와 결합하면 정서의 교감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이와이 슌지의 〈러브 레터〉(1995)와 정반대의 사례, 어쩌면.
CA318. 김현석, 〈YMCA 야구단〉(2002)
이제 과거를 재현하기 위해서 더는 세트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야구 시합조차 그것이 일본팀과의 대결이라면 독립운동의 일환이 될 수 있다는 것. 적어도 우리를 단결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왜냐하면, 스포츠이기에. 2퍼센트 부족한 유머, 2퍼센트 부족한 액션, 2퍼센트 부족한 감정. 더불어 부족한 부분들이 어우러졌을 때 발하는 은근한 감흥의 물결.
CA319. 김유진, 〈와일드 카드〉(2003)
‘퍽치기’의 끔찍함. 그리고 그 끔찍함과 대적할 수 있을 만한, 또는 그 끔찍함을 견뎌낼 수 있을 만한 강골의 형사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들을 다 알려주고, 그들의 범행의 수법도 상세히 보여준다. 그런데도 보는 사람을 거북하게 하는 어떤 요소가 현저히 적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카메라가 피사체로부터 어느 만큼 떨어진 채 일정한 거리를 우직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 ‘거리 두기’가 이 영화를 코미디에 조금 더 가깝게 한다. 리얼하면서도 끔찍하지 않고, 진지하면서도 즐겁다. 양동근은 〈흑수선〉(2001, 배창호)의 이정재,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이명세)의 박중훈이나 장동건, 〈살인의 추억〉(2003, 봉준호)의 송강호와 더불어 한국영화 속의 한 독특한 형사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CA320. 임권택, 〈왕십리〉(1976)
그가 말한다. 우리는 왜 고향에서 나그네 노릇을 해야 하는가. 그것도 마땅히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할 곳에서.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여인들한테 다 줘버리고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여기서, 분명히 변했는데도 여전히 궁핍하고 암울한 시대 정서는, 살아남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 아프게, 충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