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66
CA326. 조긍하, 〈육체의 길〉(1967)
쫓겨나는 아버지, 밀려나는 아버지.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사위 또는 군인. 섬뜩한 가부장제의 변형된 상속의 서사.
CA327. 오시마 나기사, 〈윤복이의 일기〉(1965)
윤복이는 열 살 난 한국인 소년이다. 대구에 살고, 신문을 판다. 끝없이 이어지는 스틸 사진들 속에 등장하는 1964년 당시 대구의 풍경은 이 영화를 만들 때 감독이 어떤 시각을 취하였는지를 알려준다. 밑바닥 인생, 전후 피폐한 한국의 경제 상황에서 어렵고 신산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한 소년에 대한 관심. 그것은 그대로 그 당시 한국 민중의 삶, 그 상징적인 축소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일제 식민주의의 잔재와 4·19를 유발한 부패한 이승만 정권의 연결, 또는 연계. 내레이션과 음향의 압도적 효과, 그리고 끊임없이 윤복이의 이름을 반복하는 내레이션과 그 얼굴의 클로즈업이 강제하는 ‘어떤’ 환기의 효과.
CA328. 오시마 나기사, 〈의식(儀式)〉(1971)
그의 기억은 집안 행사인 의식들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부각되는 것은 한 가족의 몰락이며, 이 몰락은 고스란히 일본의 몰락으로 새겨진다. 한 가족사에 일본 현대사를 통째로 대응시키려는 야심 찬 의도.
CA329. 알프레드 히치콕, 〈의혹의 그림자〉(1943)
의혹의 그림자가 실체로서 그 본모습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순간, 또는 그 드러냄의 과정. 그런데도 관객은 계속, 그리고 영화 속 그녀도 계속 그의 선함을 믿고 싶어 한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바로 이 터무니없는 심리에 의지하여 진행되고 유지된다. 기이한 것은 마침내 그 그림자의 실체가 밝혀졌는데도 이 심리는 계속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영화가 끝나고 개운치 않은 여운이 길게 남는 것은 이 탓이다.
CA330. 나지량, 〈이도공간(異度空間)〉(2003)
마음에 상처를 입고 죽은 사람들이 귀신으로 돌아와 산 사람을 괴롭힌다는 상상력은 일종의 기본 틀이다. 이때 중요해지는 것은 그 틀에 담긴 이야기 자체다. 그것은 어떤 상처이며, 그 상처를 입고 죽은 이의 귀신을 어떻게 위무하는가. 또 그 과정의 드라마틱함. 이 영화는 사랑이 모티브이며, 귀신과의 갈등에 대한 해결책도 사랑이다. 요컨대 이 영화는 공포라기보다는 멜로다. 어디에 무게 중심이 놓여 있느냐 하면, 공포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뜻이다. 주인공이 ‘장국영’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영화가 개봉된 시점에 장국영은 이미 저 하늘의 별이 되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