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숯가마에 왔다
몸속에 쌓인 찌꺼기를 빼고 싶어서다
의도치 않게
듣기 싫은 소리를 듣고
보기 싫은 사람들을 보다가
몸에 짜증 노폐물이 많이 쌓였나 보다
한적한 야외 낮은 산자락
여름밤에는 개구리울음소리만 가득한 곳
낮 공기가 시원하다
중온 가마 안으로 들어갔다
숯 냄새가 뇌 속으로 스며들었다
수건을 머리에 얹고 땀을 기다리다 오분을 못 참고 고온 방으로 향했다
구석에 빈자리가 보여 안쪽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악,
발이 못에 찔렸는지 따가웠다
얼른 밖으로 뛰어나왔다
나막신을 신지 않고 들어갔다가 발 다 델뻔했다
' 화상위험 / 나막신 착용필수'
이젠 입구에 있는 글도 안 보이나 보다
정신 차려야겠다
며칠 전 참석했던 강연에서
깨어있는 시민이 되자! 했는데...
2층 휴게실은 삼면이 거울이라 시야가 시원하다
읽다 가져간 책을 마저 읽고는
에필로그,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을 훑어본다
나도 버킷리스트를 다 해보고 지구를 떠나고 싶다
책을 덮고 탁 트인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
밭고랑 사이사이에 푸릇푸릇 새싹이 보인다
쑥인가 보다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참 푸르다
오늘따라 온 하늘이 푸르다
4월이 되면 내 마음에도 희망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