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접시와 접시 사이,
먼 산에서 내려온 노루의 서늘한 눈망울이
싱그러운 나물처럼 놓여 있습니다.
젓가락 끝에 걸리는 건
겁 많은 토끼의 잔잔한 눈빛입니다.
바구니에 담긴 사과는
붉은 심장처럼 툭, 툭, 박자를 맞추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천국이라는 이름의 공기는
따스한 숭늉처럼
모락모락 김을 내뿜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구원,
씹을수록 깊어지는 어떤 시간의 조각들.
세상의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 채
우리의 허기를 달래는
이 완벽하고도 낯선 성찬.
어느새 식탁은 숲이 되고
우리는 앉은 채로
가장 낮은 곳의 춤을 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