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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꼰대다

꼰대는 괴로워

그래,

나는 꼰대다.




카톡에서

문장이 끝날 때마다 꼬박꼬박 ‘마침표’를 찍는다.

내가 꼰대라는 첫 번째 증거.




청첩장에

토요일 대신에 Sat라고 쓰고

일요일 대신에 Sun라고 쓴 것을 보면 기분이 나쁘다.

아니 왜 우리말 놔두고…

내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데

남이 나를 왜 존중하겠어?......


행사 안내 포스터에

오전/오후 대신에 AM/PM라고 적는 것도 언짢다.

그것도

오전 10시라는 뜻으로 10 AM이 아니라 AM 10이라고 쓰고

오후 2시라는 뜻으로 2 PM이 아니라 PM 2라고 쓴 것을 보면

‘아니 뭘 이렇게 틀리면서까지…’

하는 생각을 한다.


꼰대라서

별 게 다 거슬린다…




언어는 살아있는 것이어서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우뢰(雨雷)와 같은 박수’의 우뢰 대신에

우레가 들어가서 ‘우레와 같은 박수’로

쓰이는 것은 불편하다.

그렇다면

‘희망’과 ‘히망’이 함께 쓰여야 한다.

‘박정희’를 ‘박정히’라고 써도 괜찮은 것일까…


원래 우레였는데 한자로 우뢰라고 썼다가

다시 원래대로 우레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럼 '칼' 대신에 '갈'이라고 써야 하는 것인가?


푸성귀인 '상치'가 '상추'로 되고

'자장면'이 '짜장면'이 되는 것과 같이

실제 사람들이 그렇게 발음하기 때문에 그렇게 바꾼 것이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나중에는

'명의 이전'이란 말 대신에

'명애 이전' 또는 '명예 이전'이라는 말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주의의 많은 사람들이 '명애 이전' 또는 '명예 이전'이라고 말하고 있는 현실이다. 


생각 같아서는

'우뢰'도 쓰고 '우레'도 쓰고 둘 다 쓰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프로그램에서 한글을 한자로 변환할 때

‘우뢰’가 한 번에 ‘雨雷’로 변환되지 않는다.

‘우(雨)’와 ‘뇌(雷)’로 나누어서 두 번 변환해야 한다.

'우뢰'를 표준어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표준어가 아니니까.




신문의 연예기사에서 <떼창>이라는 표현을 보면 거의 경악을 하게 된다.

그 옛날에

사내들의 술자리에서

group sex를 <떼X>이라고 번역해서 낄낄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의 기자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떼창>의 어원을 group sex에서 찾는 글이 인터넷에 있기는 하던데. 


기자가 알건 모르건 내게 <떼창>은 많이 거북한 단어이다.

꼰대라는 또 다른 증거…




언론에서 <존예>, <존맛탱>이라는 표현을 보거나 들을 때면

눈과 귀가 부끄러워진다.

사사로운 자리에서 그것도 스스럼없는 사이에서나 할 법한 말들인데…


전에 사용했던 <졸라>라는 표현으로도 성이 안 찼기 때문이겠지.

왜 이런 표현들을 공개적으로 쓰는 것일까?


여자가 <존예>, <존맛탱>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면

<존>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온 말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남친><여친>에서 말하는 <친구>라는 말도 어색하긴 마찬가지.

<친구>는 그냥 <친구> 일뿐

거기에는 연애감정이 없는 것으로 아는 시대를 지내왔기에

<남친>이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같이 쓴다는 게 어색하다.

<친구=오빠>라는 등식이 꼰대에게는 낯설다.




아…

꼰대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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