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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즈음

우체부가 받는 선물

성탄절 즈음이면 사람들은 우체부에게 선물을 건넨다.

1년 동안 우편물을 배달하느라고 수고했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다.


카드에 몇 자 적고는 간단한 선물이나 현금을 준다.

선물로 쿠키를 주기도 하고, 초콜릿을 주기도 한다. 한 번은 면도기를 받은 적도 있다.

현금을 줄 때에는 과도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만 줄 수 있다.

원래 우체국 규정은 어떠한 금전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인데 성탄절 즈음에 받는 것은 그냥 넘어가 준다.

현금은 보통 10달러 정도인데 사정에 따라 5달러가 될 수도 있고 20달러가 될 수도 있다.

가정집에서 20달러가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업 지구의  한 사업체로부터 100달러를 받았다는 우체부를 본 적은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일 것 같다.




2020년 성탄절 즈음에 받은 것들을 구경해본다.





어느 날 아파트 관리소장이 내 이름을 물어왔다.

***호실에서 알아봐 달라고 했다면서.


그다음 날 ***호실의 우편함에 봉투가 하나 있었다.

감사 인사와 함께 20달러가 들어있었다.


손으로 적은 글에 따스한 정이 느껴진다.


1년 동안 수고하셨어.
우체부에게 2020년은 특히 힘들었을 거야.
연말연시와 새해에 건강 잘 챙기고 행복하기를 바래.

 




봉투를 열고 카드를 꺼냈을 때에는 여느 카드와 같으려니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체부를 위한 맞춤 카드였다.


가정용 우편함(mailbox)을 형상화했는데 거기에 우편함 안에 발송 우편물이 있음을 알리는 빨간 깃대까지 표현했다.

우편함 뚜껑에 '편지 왔어요'(You've got mail)이라고 써붙였다.

보통은 우체부가 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우체부에게 건네는 말이다.

편지 왔다고 하니 열어봐야겠지?


흠...

인사의 말씀과 함께 10달러...


정성이 넘치는 카드다. 


더운 날도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 속에서도 열심이어서 고마워.
즐거운 성탄 되기 바라고 새해 복 많이 받으셔.


요새는 다른 종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Happy Holidays가 널리 쓰이는데 이 집은 Merry Christmas라는 표현을 썼다.





손톱과 발톱을 예쁘게 꾸며주는 네일 가게(nail shop)에서 받은 것.

연말 즈음에 개업해서 아직 정착이 된 것도 아닌데 우체부에게 선물을 건넸다.


스타벅스 상품권이다.

상품권 안에 25달러가 충전되어있다고 적혀있다.


우편물 배달해줘서 고마워.
즐거운 연말연시 되길.





특급우편물(Express Mail)을 배달하러 갔었는데 잠깐만 기다리라더니 이것을 건넸다.


고다이버(Godiva) 트러플.

세상에나...

초콜릿 중에서는 이 회사 초콜릿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회사 초콜릿을 먹을 때마다 Lady Godiva가 행한 고결한 행동을 떠올린다.

서민들의 감세를 위해 벌거벗은 채로 말을 타고 마을을 돌았다는.






중간급 크기의 아파트를 관리하는 Loma여사가 건넨 선물.

초콜릿과 카드.


초콜릿을 받는 것은 항상 기쁘다.

워낙 좋아하는 것이라서 그렇다.


카드 봉투에 적힌 글이 감동이다.

Mr. Kim the best mail man in the world
세상 최고의 우체부 미스터 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20달러를 동봉했다.





선물을 받으면 답례를 한다.

이게 미국의 문화다.


올해는 이 카드를 사용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렇게 해서 우체부의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F-sH2zF4Xzg&t=3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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