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성, 중성, 종성을 찾아내다
남의 나라에 발붙이고 살다 보니 우리에게 우리말이 있고 우리 글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그리고 자주 <한글>을 생각한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한글 창제의 위대함>이다.
한글, 참 위대한 작품이다. 한글을 만들 때 참고로 한 문자가 있기는 했을까? 한글과 비슷한 문자를 본 적이 없다. 한글은 다른 문자와 확연히 구분되는 완전히 별개의 문자이다.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말이다. 일본 글자는 중국 글자의 그늘 아래에 있고, 베트남 글자는 로마자를 기반으로 한다.
한글의 자음을 만들 때에는 그 발음되는 입모양을 떠올리면서 만들었다는 것은 두루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글의 가장 위대한 점은 우리가 하고 있는 ‘말’에서 <초성><중성><종성>을 구분해냈다는 데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글자를 만들던 세종대왕 당시로 돌아가 보자.
입으로 ‘조선’이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이 ‘조선’이라는 말을 어떤 새로운 글자로 적으려 한다. ‘조’에 해당하는 글자를 만들고 ‘선’에 해당하는 글자를 만들면 된다. 그런데 ‘중국’이라는 말을 어떤 새로운 글자로 적으려면 새로이 ‘중’에 해당하는 글자를 만들고 ‘국’에 해당하는 글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이라는 말을 새로운 글자로 적기 위해서 ‘일’에 해당하는 글자 하나 만들고 ‘본’에 해당하는 글자 하나를 만들 것인가? 그 수많은 말들에 각각 하나씩 글자를 만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런데 그때에 우리 조상은 우리말에 <초성><중성><종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조’라는 말에 초성(ㅈ)과 중성(ㅗ)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선’이라는 말에 초성(ㅅ), 중성(ㅓ), 종성(ㄴ)이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리고 <초성>, <중성>, <종성>이 각각 몇 개인지 알아내고 거기에 맞는 글자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교육을 통해 우리말에 <초성>, <중성>, <종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만약 아무런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우리가 하는 말에서 <초성>, <중성>, <종성>이라는 개념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서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초성>, <중성>, <종성>을 알아냈다는 것, 이것이 한글 창제의 가장 큰 위대함이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