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전진하는 성조기
미국에는 성조기 문양이 들어간 우산이 있고, 신발도 있고, 수영복도 있다. 성조기를 무척 친근하게 생각해서 그런 것이 겠지.
국민학생 시절인 1960년대에 학교에서 배운 바로는, 태극기는 더럽혀져도 세탁을 해서도 안되고,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되면 태극기를 태워서 재로 만들어야하는 것이었다. 비가 내리면 게양대에 걸려있는 태극기를 내려야 했다. 태극기가 비에 젖으면 안되니까. 그렇게 배운 사람이 비키니 상의에 성조기가 그려져있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 '불경'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성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기 집 앞에 성조기를 항상 걸어놓는 집들이 많고, 자동차 유리창틀에 깃대를 고정시켜 자동차가 달릴 때 성조기가 펄럭이게 해 놓은 자동차도 있다. 가장 보기 좋은 것은 소방차 뒤에서 펄럭이는 커다란 성조기다. 영화 같은데서 보면 소방차 뒤에서 펄럭이는 큰 성조기를 볼 수 있다.
성조기와 관련된 이미지가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이오지마에서 미 해병대원들이 성조기를 세우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뉴욕에서 9.11이 일어난 직후 소방관들이 성조기를 게양하는 장면이다.
이 두 가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성조기는 단순한 국기가 아니고 국기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성조기를 세로로 달 때에는 가로로 다는 성조기를 시계방향으로 90도 회전한 후 세로로 달아서는 안되고, 세로로 달기 위한 성조기가 따로 있으니까 그것으로 달아야 한다. 그런데 가로로 다는 성조기도 두 가지 모양이 있다.
군인의 경우에 윗도리 오른팔 상단에 달린 성조기 패치에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성조기를 보게된다. 오른팔에 다는 성조기는 우리가 아는 모양의 성조기 즉 별이 있는 파란 사각형이 성조기의 왼쪽 상단에 있는 모양이 아니다. 오른팔의 성조기는 별이 있는 파란 부분이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미군 군복 규정에 성조기 패치를 달 때에는 별무늬가 항상 앞을 향하게 하여 앞으로 달려 나갈 때 성조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연상시킬 수 있게 하도록 되어있다. 즉 어떤 경우이든 성조기의 별이 있는 파란 부분이 군인의 앞면을 향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성조기는 항상 전진하는 모습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자동차의 의전용 깃대에서도 발견된다. 자동차 앞 좌우에 작은 깃대를 세우고 거기에 깃발을 다는 경우가 있다. 외교차량이나 군차량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 다는 성조기도 좌우에 다는 성조기가 다르다. 운전석에서 보아서 왼쪽에 다는 것은 늘 보아온 모양의 성조기 즉 별이 있는 파란색 사각형이 왼쪽 상단에 있는 성조기를 단다. 그러나 운전석에서 보아서 오른쪽에 다는 성조기는 왼쪽과 같은 그런 성조기를 다는 것이 아니라 별이 있는 파란색 사각형이 오른쪽 상단으로 옮겨진 성조기를 단다. 앞에서 말한 군인의 경우처럼, 항상 앞을 향해 나아가는 성조기가 되는 것이다. 의전용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에서도 진행방향의 오른쪽에 성조기를 걸거나 그릴 때에도 성조기의 오른쪽 상단에 파란 바탕의 별이 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