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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치 Sep 26. 2024

임산부의 죄책감

노동자 권리에 당연해지기

지난주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포지션 지원과 인터뷰를 할 당시에는 임신 초기라 공식적으로 말할 수 없는 입장이었으므로 입사 후 알리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에 산전후휴가에 대해 문의 메일을 보내려 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죄책감과 불안감이 불쑥 튀어나왔다. 사실 이런 감정을 느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당당할 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감정들은 어디서 시작되는 걸까.

첫째는 구직할 당시에 임신 중임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 (임신 중임을 알려야 하는 의무는 그 어디에도 없다. 채용 시 차별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

둘째는 산전후휴가를 입사 후 바로 협상하는 것이 괜찮을까 하는 의문점.

마지막으로 내가 괜히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하지만 이 모든 걱정과 불안은 내가 남성이었다면, 아빠였다면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개인사로 폐를 끼치는 것 같은 느낌에서는 벗어나기 힘든 것 같다. 남편 말대로 출산휴가는 회사와 개인과의 서로를 위한 믿음이자 투자이고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리다. 직장 동료와 팀에게도 축하받아야 하는 일이니 두려워하지 말 것.

오늘 인사팀과 미팅을 했는데 아직 너무 새로운 직원이라 유급 출산휴가를 주기는 힘들지만 무급휴가 안에서 개월 수에 상관없이, 또 원한다면 복귀 후 파트타임으로 일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정도면 다행인 것 같다. 아직 만삭의 몸이 얼마나 무겁고 힘들지 또 출산, 몸조리와 육아가 얼마나 힘들지는 감도 안 오지만 유연한 회사라 조정 가능하니 다행이다 싶다.

부디 육아를 하면서 오래오래 다닐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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