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은 무슨 색일까
SNS에서 젠더리빌이 유행이다. 어떤 사람들은 풍선을 터뜨리면 나오는 하늘색, 분홍색의 콘페티를 이용해서, 어떤 사람들은 케이크 안의 빵의 색을 하늘색 또는 분홍색으로 만들어서 리빌 하기도 하고 또 어떤 특정한 문화권은 인형탈을 이용해서 하늘색 아니면 분홍색 인형이 나오는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한다.
젠더 감수성이 강조되고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요즘 시대에 젠더리빌이라는 유행으로 문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남자아이는 하늘색, 여자아이는 분홍색. 언제 적 이야긴가. 추상적 문화 진보와는 다르게 상업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장난감 가게에 가면 남자아이 장난감은 하늘색, 여자아이 장난감은 대부분 분홍색으로 판매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건 단지 미디어, 상업적 영향으로 여자아이들이 분홍색을 좋아하게 되는 건지, 아니면 주변에서 하늘색 장난감과 옷만 사주니까 하늘색이 남자색이라고 습득하고 또 특정 색을 좋아하게 되는 학습능력에서 기인한 건지 궁금하기만 하다.
디자인에는 상징적이고 의미가 있는 색과 형태가 있다. 예를 들면 둥근 것은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것, 각이 있는 것은 절제미가 있는 것. 그리고 픽토그램에 자주 쓰이는 여성/남성의 표시는 빨강(분홍)/파랑(하늘) 색으로 자주 나타나고는 한다. 장난감 또한 그냥 상징적인 색이라고 하기에 우리는 문화적으로 여자아이는 이래야 한다, 남자아이는 저래야 한다고 너무 길들여져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젠더리빌이 유행하진 않지만 출산 후 바로 먹는 비스켓에 남자아이면 하늘색, 여자아이면 분홍색 초콜릿을 올려 먹는 전통이 있다. 네덜란드는 성문화에 진보적이며 열려있는 나라라고 알려져 있는데 아직도 출산 시에는 하늘색/분홍색 쿠키를 먹는다는 것에 꽤 놀라웠다. 남편에게 아직도 이런 문화가 있냐고 묻자 옛날 문화라는데 여전히 병원에서는 이 쿠키를 나누어준다.
청개구리 같던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분홍색이 괜히 싫었다. 분홍색을 좋아해야만 한다는 사람들의 기대도 싫었고 또 어차피 나의 피부색과는 잘 받지 않는 색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색에 대한 기대와 강요였으나 이 고정관념은 색에서 점점 퍼져나가 여성의 성격으로, 역할로 그리고 압박으로 번져나갔다.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 여자는 얌전해야 한다, 여자는 어떻게 생겨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한다. 누구는 그냥 남자색, 여자색이라기보다 그냥 익숙한 문화인거지- 별 뜻 없는 거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남자=하늘색, 여자=분홍색이라고 정해져 있는 문화가 거슬리기만 한다. 한번 고정관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그다음 단계에 일어나는 관념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므로 꽤 거부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아주 작은 당연한 것이라도 의식적으로 경계하고 주체적으로 또 비판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