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
오랜만에 친구네 놀러 갔는데 문 앞으로 마중을 나와주며 "아기는?" 하고 약간 조심스럽게 묻는다. "내 뱃속에!"라고 말하니 그제야 안도한 표정으로 축하해 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임신 초기-중기 넘어갈 즈음에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와서 안 좋은 일이 생겼나 싶었댔다. 그래서 스트레스 풀려 여행을 간 걸까 하고 혼자 지레짐작했다고 한다. 친구의 지인들은 임신 초 중기에 비행기는커녕 KTX도 타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건강한 산모와 아기이라는 전제에, 하려는 여행이 몸에 큰 무리가 되지만 않는다면 딱히 제한사항은 없다고 알고 있는데 역시 한국 기준에서는 임산부에게 더 엄격했다. 커피도 못 마시고 왔어, 나도 커피 한 잔만.라고 하니 커피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고 응, 두 잔까지는 괜찮아.라고 대답한다. 사실 나도 임산부가 되지 않았다면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의 양에 제한이 있는지 없는지, 어디까지가 라인인지 몰랐겠지.
임산부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과 제한 (운동, 음식, 여행 등)
그 외 임산부만 아는 지식들
모든 것이 합쳐져 이해와 오해를 낳는다. 임산부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 환자처럼 최약자여야 하는가 아니면 일반인 + 1이라고 볼 수 있을지, 그 기준은 추상적이고 가시적이지 않아 결국엔 개인 모두의 선호도가 그 결정의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유산의 위험도는 비행 유무에 상관없이 첫 3달에 가장 높다. 특별한 유산/조산의 위험성이 없는 건강한 임산부와 태아의 경우 비행기를 탄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다. 한국 임산부가 초기에 여행을 자제하는 이유는 해외여행 시 긴급상황에 병원의 방문이 번거로울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한국 자체에서는 병원 방문 빈도가 높기 때문에 불안한 경우에는 여행을 피하는 편이다. 나의 경우에는 다행히도 지금까지 큰 문제가 없었고 네덜란드의 문화에 따라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생활을 했다. 예를 들면 자전거를 탄다거나 만보 이상을 걷는다거나 0.0% 맥주를 즐긴다거나 커피는 최대 2잔까지 마셨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입덧과 뱃멀미가 겹칠 때는 조금 괴롭긴 했지만 컨디션을 잘 조절해 가며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